▲거리의 악사피사 거리에서 만난 첼로 연주자. 내 부탁으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인터메조를 연주해 주고 있습니다. 두오모에서 중앙역까지 이르는 피사 거리에는 여러 명의 거리의 악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박용은
중간에 '삑사리'가 몇 번 나기는 했지만 즉흥 연주 치고는 무척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나는 무한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이곳, 이탈리아의 피사에서 '나만을 위한 연주'를 들은 것이니까요. 비록 거리의 악사의 소박하고 초라한 연주라 하더라도, 그 연주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음악회였습니다.
나는 그의 첼로 케이스에 기꺼운 마음으로 남은 동전을 모두 던지고 '그라치에'를 외쳤습니다. 여행이란, 때론 이렇게 기대도 하지 않은 곳에서 특별한 행복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피사의 거리에는 유난히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기타를 치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던 청년부터, 방금의 첼로 연주자, 멋진 자세로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는 잘생긴 청년과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존 바에즈의 노래를 부르던 여인까지. '두오모 광장'에서 역까지 걸어오는 내내 그들의 음악으로 나는 행복했습니다.
피사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돌아 왔습니다. 볼로냐 행 기차 시간까지 아직 세 시간 남짓 여유가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피렌체를 가슴에 새기려고 빠르게 걸어 '산타 크로체 성당(Basilica di Santa Croce)'으로 향합니다.
피렌체의 두오모,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이 건립되기 전까지 피렌체 최대의 성당이었던 '산타 크로체 성당' 광장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작은 시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피렌체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성당 중 하나인 '산타 크로체 성당'.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과 비슷한 느낌의 파사드 제일 위 '다비드의 별'이 눈에 들어옵니다.
성당 앞에는 일본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왔는지 교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들 중 몇몇은 사진 찍기보다 성당 앞에 우뚝 선 석상을 보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석상의 주인공은 바로 '단테'입니다. 다시금 소름이 돋아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