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9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전시되던 동물들이 식용으로 매각되는 현장을 급습한 동물보호단체 '케어'와 '동물을 위한 행동'은 다음날 서울 시청 앞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조세형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돌고래 제돌이를 방류함으로써 동물의 복지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서 성찰해 보는 계기를 제시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제고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공원 홈페이지에서 동물원장님의 인사말 일부를 옮긴 것입니다. 그간 동물복지를 지향하는 서울동물원을 응원해온 저로서는, '쇼'돌고래였던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낸 것이 서울동물원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또 다른 '쇼'였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동물원의 변화를 진심으로 바라는 제게 그건 너무나 슬픈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자꾸만 의심이 드는 걸까요?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서울동물원에게 버림받은 사슴과 흑염소들을 농장으로부터 재매입하여 구출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요하기에, '케어'는 대국민 성금운동에 돌입했습니다. 한국 최대의 동물원이 무책임하게 저지른 일을 가난한 시민단체가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물원이 버린 동물들을 구출하는 이러한 노력은 동물원 동물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우리 사회에 알리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첫 번째 후원자로서 흑염소 1마리의 구입 비용인 50만 원을 후원한 '케어'의 전채은 공동대표는 그 흑염소에게 자신의 이름을 딴 '채은'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서울동물원의 '스타' 돌고래 제돌이와 한낱 '잉여'에 불과한 흑염소 채은이. 이 두 동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나겠지요. 그러나 저는 고통 앞에서 모든 동물은 평등하며, 생명의 가치는 모두 같다고 믿습니다.
동물원장님께 묻겠습니다. 제돌이를 고향으로 돌려보낸 동물원과 사슴·흑염소를 내친 동물원, 진정 같은 동물원이 맞습니까?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서울동물원이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서울동물원에게 동물은 어떤 존재입니까?
더불어 동물원장님께 요청합니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애초에 태어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앞서 언급했듯이, 그것은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동물원이 보호하지 못할 동물이라면 애초에 욕심 부리지 말아주십시오. 제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주십시오.
서울동물원은 43마리의 사슴과 흑염소들이 식용으로 팔린 사실을 알고 나서도 그것들을 내쳤습니다. 동물들을 두 번 죽인 셈입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습니다. 서울동물원, 정말로 "나쁜" 동물원입니다.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라는 책에 인용된 론 케이건(미국 디트로이트 동물원장)의 말로 이 편지를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동물원은 우리 안의 자비심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입니다. 또한 인간이 함께 사는 다른 존재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로브 레이들로 지음/ 박성실 옮김/ 책공장더불어 펴냄) 중에서 시민기자 조세형 올림
버려진 사슴과 흑염소를 도와주세요 |
서울동물원이 버린 사슴과 흑염소를 구출하기 위한 시민 행동에 동참해주십시오. 천 원이든 만 원이든 십시일반의 도움을 호소합니다. 커피 한 잔의 금액이 모여 버림받은 동물들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후원금 입금 계좌는 '케어'의 공지글(클릭)에 있습니다. 또는 전 세계 소셜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클릭)를 통해서도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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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린 사슴, 흑염소 재매입 못해" 동물들 두 번 죽게 한 서울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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