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깨끗하게 단장된 당집에서 바라본 바다 모습
오문수
여수 금오도에서 1박한 후 명품마을로 유명한 안도 동고지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다. 안도 소재지에서 동고지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소재지에서 차를 타고 백금포 해변을 거쳐 동고지까지 가는 방법과, 이야포 몽돌해변에서 출발해 해변가를 따라 걸어가는 방법이다. 아름다운 섬에 왔는데 굳이 차를 이용할 필요가 있나? 시간도 넉넉해 해변을 따라 걷기로 했다.
이야포해변에 이르자 50대로 뵈는 동네 주민이 골목길에서 나타나 동고지로 가는 오솔길을 알려주며 "한시간 반은 족히 걸릴겁니다, 어릴적에 학교 다니던 길입니다"라며 자세히 설명해준다. 어림잡아 걸어서 4㎞는 됨직하다. 이야포 해변을 따라 짙게 우거진 숲을 바라보며 1㎞쯤 올라가고 있을 때 방풍밭에서 혼자 일하던 할아버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어이! 혼자가요? 혼자가면 짭짭허요. 둘이 가면 이약도 허고 그럴건디.""예! 감사합니다"라고 건성으로 답하며 산길을 올라가던 내 머리에 퍼뜩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짭짭허요. 둘이가면 이약도 허고" '혼자가면 짭짭하다'는 말을 던질 수 있는 나이는 80이 넘은 분들이라야 한다. 내 어릴적에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사용하던 말이기 때문이다. 다음 백과사전에서 '짭짭하다'라는 말을 찾아보았다.
① 입맛이 당기며 무언가 먹고 싶은 기분이 있다 ② 난처하거나 못마땅할 때 씁쓰레하게 다시는 소리를 내다 사전적 의미로는 '먹고 싶은 기분'과 '못마땅해 내는 소리'이다. 할아버지가 말한 뜻은 두 번째 의미다. '짭짭하다'라는 말을 두 번째 의미로 말할 수 있는 분은 이야포의 역사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100여 미터를 다시 되돌아와 할아버지한테 말을 걸었다.
"혼자가면 짭짭허요, 둘이 가면 이약도 허고 그럴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