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리용 웨어러블 기기 업체 핏비트 창업자인 제임스 박이 3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강연을 마친 뒤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시연
지난 6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핏비트(Fitbit)' 공동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제임스 박(40)이 지난 3일 한국에 왔다. 핏비트는 손목시계처럼 착용하는 건강관리용 '웨어러블 단말기'(착용형 컴퓨터)로, 지금까지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2500만 대 넘게 팔려 '피트니스 밴드'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한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박은 지난 1998년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한 뒤 모건스탠리 소프트웨어 개발자, 윈드업랩스 등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대표를 거쳐 지난 2007년 에릭 프리드먼과 핏비트를 공동 창업했다. 그 사이 핏비트 직원은 700여 명으로 늘었고 올해 1분기 미국 피트니스 밴드 시장 68%, 세계 시장 34%를 차지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뉴욕증시 상장한 웨어러블 기기 선두업체제임스 박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국내 청중들과 1시간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150여 명에 이르는 참가자들 상당수는 손목에 핏비트를 착용해 마치 '팬미팅'을 보는 듯했다.
제임스 박은 자신의 창업 과정을 전하면서 "기술로 사람들을 더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바꾸는 게 우리 목표였다"면서 "개인적 비전은 핏비트 사용자가 센서로 모은 건강 데이터를 의사와 공유해 의료 데이터 분야도 혁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박은 "핏비트를 만들 당시 만보계 시장이 있긴 했지만 5천~1만 원대 저가였고 스마트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았는데 센서, 데이터 전송 기술 발전이 새로운 마케팅 요소라고 생각했다"면서 "당시 투자 유치가 어려워 회사를 100억 원이나 50억 원만 받고 팔아도 만족했을 텐데 지금은 7조 원 가치가 됐다"고 털어놨다.
핏비트는 지난해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 매출 7억4500만 달러(약 8890억 원), 영업이익 1억 5800만 달러(약 1885억 원)로 첫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상장 첫날엔 주당 30달러 정도에 거래돼 기업가치가 41억 달러(약 4조 9천억 원)로 치솟았고, 회사 주식 2000만 주를 보유한 제임스 박의 자산도 6억 달러(약 7160억 원) 늘었다. 올해 초 애플워치 출시로 고전이 예상됐지만 지난 2분기에만 450만 대를 팔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제임스 박은 "필립스, 나이키 등 항상 새로운 경쟁자가 있었고 애플워치도 나왔지만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200조 원이 넘어 여러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면서 "핏비트는 입소문 덕에 성장했고 애플워치와 가격으로 승부하지 않더라도 iOS와 안드로이드 단말기에 모두 연결되는 호환성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최근 '기어 S2' 등 웨어러블 기기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자신이 왜 웨어러블 기기를 사야 하는지 잘 모른다, (웨어러블 분야에서) 삼성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라면서 "우리는 피트니스에 초점을 맞췄고 사람들이 왜 사야 하는지 잘 설명한 게 성공 요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