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봄날의책
놀랍다. 한 세대만 거슬러 올라도 많은 여자들이 손수 옷 만드는 기술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었다니. 물끄러미 내 손을 들여다본다. 직접 옷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손이다. 사실 그런 게 가능하다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212∼213쪽)'남의 나라'에서 '자기 말'의 데시벨을 낮추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걸까 무례한 걸까. 이런 것도 같고 저런 것도 같고. (256쪽)신해욱 님 산문책에서 신해욱 님이 스스로 놀랍게 여기듯이, "한 세대만 거슬러 올라도" 이 나라 거의 모든 가시내는 옷을 손수 지었고, 이불도 손수 마련했습니다. 옷이나 이불을 돈 주고 사서 쓴다는 생각을 안 했지요.
집은 어떠할까요? 한 세대만 거슬러 올라도 참말 집도 누구나 손수 지었습니다. 밥도 손수 지어서 먹었지요. 냄비에 올리면 되는 밥이 아니라, 논밭을 일군 뒤 나무를 해서 불을 지피고는 솥을 써서 밥을 지었어요. 이 모든 삶이, 그러니까 '자급자족'을 하던 삶은 고작 한 세대만 거슬러 올라도 엿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 어른들은 돈을 모아서 아파트를 장만하려고 합니다. 요즈음 어른들은 옷집을 찾아가서 돈으로 옷을 사고, 맛집을 살피면서 맛난 밥을 사 먹습니다. 뜨개질을 익히거나 텃밭을 일구려는 어른이 매우 드뭅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뜨개질이나 텃밭 일구기를 배우지 못합니다. 도시뿐 아니라 시골도 매한가지입니다.
집에 돌아와 단원미술관이 어디에 있나 검색해 보았다. 안산이었다. 김홍도는 안산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역시 몰랐던 사실이다. 안산의 단원이라. 그렇다면 세월호에 탑승했던 학생들이 다닌 단원고등학교의 '단원'도, 김홍도의 그 '단원'이란 말인가. (300쪽)<일인용 책>은 신해욱 님 한 사람 삶을 드러내 보이는 책입니다. 말 그대로 "한 사람 책"입니다. 한 사람 이야기가 흐르고, 한 사람 넋이 빛나며, 한 사람 숨결이 바람처럼 감겨듭니다.
문학은 뭇사람한테 널리 읽히면서 사랑과 꿈을 퍼뜨립니다. 그런데 뭇사람한테 사랑과 꿈을 퍼뜨리는 모든 문학은 언제나 "작고 수수한 한 사람 삶"에서 비롯합니다. 대단하게 살았어야 쓰는 대단한 문학이 아니고, 훌륭하게 살았어야 쓰는 훌륭한 문학이 아닙니다.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꽃처럼 수수한 들꽃 같은 이야기가 바로 뭇사람 가슴을 적실 수 있습니다.
일인용 책
신해욱 지음,
봄날의책,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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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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