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정부와 여당의 노조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노동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임금 피크제를 강요하고 손쉬운 해고에 팔뚝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기에서 한발 더나가,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넘어설 수 없는 걸림돌로 노조를 지목했다. '불법 파업' '쇠파이프' '눈을 찔러 실명'이라는 설명을 덧붙인 발언은 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여지없이 담았다. 노동 개혁이 아니라, 차제에 노조를 와해시켜 버리겠다는 결기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여당 대표의 말이라 하기에는 근거도 논리도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남 탓하는 버릇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전직 대통령을 끌어 들이고, 통합진보당을 와해시키고 전교조에 과녁을 겨누며, 끊임없이 공분의 대상을 생산해 지지율을 끌어 올리며 정치 생명을 유지했던 새누리당. 성장의 걸림돌로 민주노총을 지목한 저의가 재벌에게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망친 경제에 대한 비난을 피해 보자는 수순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보수 언론 경제지가 새누리당을 거들어 노조 때리기로 전면에 나선다면 다가올 총선 구도에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다.
허나, 따져보자. 국민소득 2만 6000불 시대. 국민들이 1천조의 가계 부채를 머리에 이고 사는 이유를 말이다. 환율을 '조작'해서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서민들을 물가고에 몰아 넣었던 건 2009년 이명박 정권의 일이다. 비정규직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저임금 구조를 고착시킨 것 또한 이명박 정권에서 행해진 일이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서민들의 주거환경을 혼란시킨 건 박근혜 정권의 일이다. 경제 민주화 약속을 뒤집어 버리고, 재벌 위주 경제 성장론의 첨병 역할을 자인한 것도 박근혜 정권이다.
내수 시장은 이렇게 무너졌다. 값싼 노동력을 만드는 정책은 기업에게 쌍수로 환영받는 일이었지만, 서민들은 생활고에 허덕였고 비례해서 대출 규모는 날로 커졌다. 씀씀이를 줄여야 하니 시장이 어려워지고 자영업자들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수출이라고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수출이 고공행진을 한 건 고환율과 정부의 퍼주기식 지원에 기댄 결과였지, 경쟁력이 아니었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수출조차 고역을 겪는 건 경쟁력 강화보다는 저임금과 고환율에 기대왔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주문하지 못한 건 누가 뭐래도 '이명박근혜' 정권의 잘못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넘어가지 못한 책임도 당연히 이명박근혜 정권과 여당으로 군림해온 새누리당의 책임이다. 그러나 책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허울뿐인 1인당 국민소득 2만 6000달러(2014년 기준)조차도 상위 10%가 독식하고, 대부분의 서민들은 국민소득 500만원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한 책임은 그 무엇보다 크다.
방향이 틀렸다, 경제 회생은 오히려 멀어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