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스젠더 루시엔
이희훈
- 성매매 종사자로서 이번 앰네스티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저로서는 굉장히 감사하고 고마운 결정이었다. 앞서 많은 단체가 '성매매는 비범죄화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런 얘기를 하는 단체는 주로 UN(국제연합) 등 소속이었다. 국제적 비정부기구(NGO)에서 얘기한 건 이번이 최초다. 정부 소속 인권단체가 아님에도 이런 의견을 낸 것은, 자기 단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과 후원금을 포기하면서까지도 이 결정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 본인이 성매매 비범죄화를 찬성하는 이유는 뭔가. "성 노동자도 노동자라고 보기 때문이다. 노동자로서 기본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각종 범죄로부터 안전할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인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에서는 성매매가 불법화돼있기 때문에 성 노동자가 갖가지 범죄의 표적이 된다. 그런 범죄와 인신매매를 줄이기 위해서도 비범죄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는 성매매 합법화에는 반대한다. 성매매 비범죄화가 기본적으로 관계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라면, 합법화는 아예 성매매를 드러내어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제가 볼 때 합법화는 성 노동자 보호보다는 성 구매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성매매 합법화가 될 경우 또 다른 비합리적 규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합법화되면 특정 지역을 지정해 '여기는 성매매 합법' 이런 식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큰데, 그렇게 되면 낙인 효과 등 또 다른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보통 성매매를 하기 위해서는 몸과 장소, 지식과 광고가 필요한데, 이를 특정 지역으로 한정할 경우 부동산을 지닌 자본가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또 그 지역은 도심이 아닌 외곽에 설정할 가능성이 큰데, 그렇게 되면 거기 산다는 사실 자체가 낙인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그 지역에 살며 아이를 낳는다면 아이마저 낙인 찍혀 차별받게 될 거다."
- 일부 여성단체는 성매매 자체를 노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런 분들 주장의 논리는 대체로 '성매매는 인격을 파는 것이기도 하다, 장기매매와도 같다'는 식인데, 인격을 파는 감정노동은 전화 상담원이나 서비스직 이런 분들이 더 심하지 않나. 또 '몸을 판다'고 하는데, 그렇게 치면 인체를 상대로 한 시약 실험에 지원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뭔가. 그러나 우리가 그 사람들을 범죄자라고 보지는 않는다. 분명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건 합법이지 않나.
설령 장기매매라고 한다고 치자. 그러나 우리는 심장과 신장 같이 재생 불가능한 게 아니라, 혈액과 머리카락 같이 재생이 가능한 것을 파는 것이라고 본다. 특히나 안전하게 성매매를 했을 경우에는 상처가 생기거나 원치 않은 임신을 하는 경우도 없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안전한 섹스는 삽입 시 반드시 콘돔을 착용하고, 노동자들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이완을 위한 윤활 젤을 사용하는 것 등을 말한다."
- 현재 성매매 자체가 불법인 한국에서 비범죄화가 된다면 어떤 것들이 달라질 수 있나.
"여러모로 좋아질 것이다. 일단 노동권 측면에서, 중간에서 알선하는 회사들의 경우 알선비를 굉장히 많이 떼어가는데, 비범죄화가 된다면 관련 노동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일정 비율 이상을 떼가지 못할 것이다. 인권적 측면에서도 성매매 종사자가 업주나 손님으로부터 공짜로 성상납하라는 요구를 덜 받을 수 있다. 제가 알기엔 지역에서 오래 살아남은 업소의 경우, 해당 지역 경찰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신입 혹은 업주에게 비협조적인 성매매 여성을 일부러 경찰에 넘기기도 한다. 이런 사례가 줄어들 거다.
지금은 성매매 자체가 불법화됐기 때문에, 하기 싫은 행위가 있더라도 손님이 '업소를 고발해버리겠다, 돈을 안 내겠다'고 하면 대응할 방법이 딱히 없다. 그러나 비범죄화가 된 상황이라면, 돈은 당연히 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손님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는 협박도 불가능하니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