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둥이 낚시가을 한철에는 굵은 망둥이들이 낚시에 잘 걸려든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소금에 얼간을 한 다음 햇볕에 잘 말리면 좋은 반찬이 된다. 구워 먹기도 하고 쪄 먹기도 하는데, 단단히 마른 망둥이를 방망이로 적당히 두들겨서 양념을 넣어 볶아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지요하
그런데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보다 유권자들의 '망둥이 속성'이 더 문제였다. 나는 후보자들보다 유권자들 쪽으로 망둥이의 완벽한 망각을 대입시켰다. 국민대중의 망각증이 실로 큰 문제였다. 망둥이의 망각을 대입시켜도 좋을 정도로 심각한 대중의 망각증세는 유권자들의 가장 큰 약점이며, 어쩌면 극복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몰랐다.
망각은 당연히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과거지사들을 깡그리 잊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억과 연관하는 성찰 능력까지 앗아 가버리는 것이 망각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생각의 영역을 확대시켜 주는 것인데, 기억력과 인식 능력이 아예 마비된 상태이니 옳은 판단이 자리할 수 없다. 그것은 사리분별력의 약화로 노정된다.
국민대중의 망둥이 속성에 힘입어 허물이 분명한 부적격자도 너끈히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다. 국민의 최대 정치행사인 선거는 그런 약점을 지니고 있다. 대중의 망둥이 속성이 가장 극명하게 발휘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선거인 것이다. 공약의 무분별한 남발과 파기와 망실, 공약(公約)이 곧 공약(空約)이 되어 버리는 현상도 국민 대중의 망각 관성 속에서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이 반환점을 돌아 내리막길로 접어든 시점에서 벌써부터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내년 4월의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이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다음해인 2017년 12월에는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선거 때문에 세월은 좀 더 속도가 붙을 것이다.
지금 또다시 우리 고장엔 망둥이 철이 돌아왔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한해살이 생물인 망둥이들은 제법 굵어졌다. 갯물이 들고 나는 바다 곳곳에서는 망둥이 낚시가 성황을 이룰 것이다.
그러면 또 누군가의 낚시에서 분리된 망둥이가 아가리에 낚싯바늘을 단 채로 곧바로 다시 미끼를 물어 물 밖으로 올라오는 '사건'도 생겨날 것이다. 또 그러면 낚시꾼은 망둥이의 완벽한 망각을 실감하며 실소를 머금기도 하겠지만, 그가 망둥이의 그 망각과 관련하여 자신이나 인간 세상의 망각증세를 유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망각이란 기억의 실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억과 관련하는 성찰 능력이 삭제되거나 감소되는 현상도 망각이다. 내가 '망둥이 속성'으로 규정한 국민대중의 망각증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민족정기를 바로 세울 수 없다.
국민대중의 망둥이 속성으로부터 연유하는 민족정기의 실종 속에서 광복군을 때려잡던 일본군 장교의 딸이 대통령이 되고, 1997년 제15대 대선 때 북한에 대해 휴전선에서 총을 쏘아달라고 부탁했던 '총풍사건'의 주범이 현재 청와대 비서실장 자리에 앉아 있고, 친일파의 아들이 집권여당의 대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도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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