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지분구조도(2015년 4월 1일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우리 경제의 성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뤄진 만큼 성장의 견인차였던 기업의 규모 역시 비약적인 확대를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근로자를 비롯한 다수 이해관계자들의 땀과 눈물을 제대로 평가하기보다는 기업을 자신의 사유물로 여긴 재벌 일가의 계열사간 출자가 확대되면서 소유-지배간 괴리는 커졌다.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정부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재벌 대주주의 소유-지배 괴리가 완화되면 출자총액제한(한 기업이 회사 자금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해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을 폐지하겠다는 등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내걸었지만 결국 출자총액제한만 폐지하는 식으로 마무리됐다.
간접 지배가 순환으로 연결된 경우에는 가공자본까지 만들어졌다. 재계에서는 적대적 M&A에 대항하고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계열사 지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정권교체 없는 민주주의가 불가능하고 경영권은 천부인권이 아님을 감안하면 기본 전제부터 잘못된 전근대적·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애플, 테슬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굴지의 기업들은 창고 한켠에서 시작해 성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투자를 확보하고 해당 사업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혁신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계열사간 출자라는 연환계로 국내 산업의 전 영역에 진출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함으로써 막대한 내부거래로 황금의 탑을 쌓은 우리 재벌은 그들과의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최근 매일같이 들려오는 위기의 원인은 먼 곳에 있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방조와 재벌의 탐욕이 어우러져 '땅콩 회항'(한진)과 '손가락 경영'(롯데)이 가능해진 현재의 계열사간 출자구조가 시장의 규율과 감독으로부터 철옹성을 쌓고 있다. 총수 일가가 임명한 임원으로 구성된 이사회로부터 선임되는 사외이사나 감사, 정관에서 배제조항을 기본으로 담고 있는 집중투표제, 지극히 협소한 영역에서만 허용되고 있는 집단소송제가 어떻게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겠는가?
기업개혁의 기치를 건 지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여전히 제도들의 실질적 작동을 요구하는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통령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적은 지분으로 많은 회사들을 지배하려는 헛된 꿈을 버리지 않은 한 언제라도 다시 소액주주의 불만과 외국계펀드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소규모 신생기업의 진입은 원천 봉쇄되고 있고, 빵·분식집·문구·슈퍼 같은 소규모 기업과 영세 상인들은 내몰리고 있다. 실적 나쁜 계열사의 퇴출과 이를 통한 자율적 구조조정은 이뤄질 방법이 없다.
광복 70년을 맞아 영화 <암살>을 통해서나마 청산되지 못한 친일 잔재를 반성하며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되살리려는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을 개인 소유물로 여기며 대를 이어 물려받으려는 구태와 악습은 언제쯤 청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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