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카약을 즐기고 있다
오문수
지난 주말 카약을 즐기는 지인 중 한 분이 내게 말을 걸었다.
"섬진강 기차 마을에서 압록까지 카약을 즐길 예정인데 함께 가실래요?""섬진강을 카약타고 내려간다고요? 무조건 오케이입니다. 거긴 내 고향이고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수영하던 곳이라 꼭 한번 카약을 타고 내려가 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지난 5월 카약을 타고 전남 여수 남면에 있는 안도와 연도, 금오도를 돌아봤다. 그 후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큰 걱정은 안 했다. 지인이 지시한 대로 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혹시 카약이 뒤집히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시절 섬진강에 홍수가 났을 때도 친구들과 큰 물결을 헤치고 건너편 고달까지 헤엄쳐 갔다가 되돌아온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기차 마을에는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어 침곡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일행이 장비를 내리고 막 출발하려는 찰나 그곳을 담당하는 수상 안전 요원이 "여기는 위험한 곳이니 더 안전한 곳으로 내려가 타라"고 저지한다. "우리는 깊은 바다에서도 탔고 이곳 물길은 내 고향이기 때문에 잘 안다"고 했으나 거절됐다.
승강이 끝에 군청 안전 요원에게 허락을 받고 출발했다. 2명 1조로 4대가 동시에 출발한 일행의 카약은 인플레이트 카약으로 평소에는 접어뒀다가 사용할 때 풍선처럼 바람을 넣어 사용한다.
며칠 전 비가 와서 적당히 불어난 섬진강은 카약 타기에 괜찮았다. 출발 지점인 호곡(일명 범실)은 옛날에 호랑이가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침곡에서 건너 편 호곡을 가려면 줄배를 타고 간다. 지금도 줄배가 있어 아련한 옛 정취가 묻어나는 곳이다.
일행 중에는 미국에서 온 영어 교사 첼시가 있었다. 여수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치다 주말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첼시는 한국이 좋아 다시 오겠단다. 그녀의 얘기다.
"한국에 있는 동안 나는 운이 좋았어요. 내 주위에 있는 한국인이 항상 나를 도와주려고 했어요. 내 한국인 아버지와 카약을 타는 건 가장 행복한 추억입니다. 한국에서 사는 동안 내가 꿈꿨던 이상의 것들을 보고 배웠습니다."
한 주먹씩 잡히던 다슬기, 이젠 귀한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