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500일 추모국민대회2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 국민대회'가 유가족과 시민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가자들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미수습자 9명을 가족품으로" "세월호특조위 탄압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광장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권우성
"위험하니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십시오."
이미 선장과 승무원들이 도망간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지옥의 소리처럼 방송되던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의 목소리에 그 착한 아이들은 그렇게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시키고 그 말을 듣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래야 착한 아이라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던 단원고 학생들은 그렇게 가만히 차오르는 물처럼 죽음의 경계선을 가만히 맞이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짧은 역사를 보면 민주화의 선봉에는 항상 아이들과 20대 대학생들이 있었습니다. 4.19의 도화선이 된 마산의 김주열 열사는 18살의 고등학생이었고,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의 상징 박종철, 이한열 열사는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었습니다.
그 선배들이 어릴 때 대한민국 성장기의 어른들은 먹고살기 바빠서 지금의 어른들처럼 아이들에게 지나친 간섭과 가만히 있음의 강요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끼리 뛰어놀고, 아이들끼리 공부하고, 커서 대학생이 되면 스스로 책을 읽고 세상을 판단하고 가치관을 확립했습니다. 부조리한 세상에 저항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면서 거리로 뛰쳐나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습니다.
정의로운 전체의 사회보다 개인의 이익이 점점 중요시되고 IMF 사태라는 초유의 경제위기를 경험한 어른세대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의 가치를 강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해라, 떠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몸에 해로우니 먹지 마라, 나쁜 친구는 사귀지 마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할 시기에 스스로 판단할 힘을 빼앗아간 어른들은 그것이 아이들이 잘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른들의 "가만히 있으라"는 부질없는 외침에 조용히 세월호 선실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 그 아이들은 어쩌면 미친 세상과 그 세상 안의 어른들이 만든 슬픈 피조물일지 모릅니다.
후진국 대한민국을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만드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