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광장 근처 명품샵진기한 것을 가지고자 하는 열망이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문화가 오가고 사람이 오갔다.
정효정
그동안 이 길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 것은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모험가의 모험담이었다. 그들은 낙타대상과 달리 실크로드 전체를 여행했다. 장건, 혜초, 현장, 이븐 바투타, 마르코 폴로, 스벤 헤딘 등 수많은 모험가들이 길을 열었다. 확실한 정보는 없이 소문만 무성한 세계를 향해 그들은 발을 디뎠다.
각자 길을 떠난 목적은 달랐지만 그들이 다닌 곳이 길이 되었다. 그리고 오직 살아남은 이들만이 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어떤 모습과 풍습을 지니고 있는지, 얼마나 무서운 괴물이 버티고 있는지, 감히 정주민은 꿈꿀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실크로드는 모험가의 길이기도 했다.
바티칸에 칼을 들고 간 여자 이탈리아에 가면 잘생긴 남자가 많다더니, 거지도 모델이라더니 속았다. 로마를 아무리 돌아 다녀 봐도 잡지 화보에서 보던 남자들은 없었다. 대체 잘생긴 남자는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자, 친구들은 깔깔 웃었다.
"키 크고 잘생긴 남자를 보려면 북부로 가야 해."북부인 밀라노나 베네치아에 가라는 거다. 남부는 키가 작고 털이 많은 스타일의 남자들이 많고, 북부는 키가 훤칠하고 조각 미남이 많다고 한다. 사실 베네치아에 가서 마르코 폴로의 흔적을 찾아보려는 계획이었다. 마르코 폴로가 출항을 앞두고 바다를 바라보던 그 항구에 서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포기했다. 잘생긴 남자도 못보고, 마르코 폴로도 못 만나고, 여러 가지로 아쉽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예정에 없던 바티칸과 바티칸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그동안 실크로드를 여행하며 불교, 네스토리우스교, 조로아스터교, 마니교, 그리스 정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와 만났다. 가톨릭의 총본산인 로마 바티칸은 실크로드의 다양한 종교 중 마지막 순례코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