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아름다운 동행’ 국토대장정 중 불필요한 짐을 버리니 5kg 정도로 짐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필요한 물품의 수는 많지 않다.
이운영
세 번째, 짐은 파격적으로 줄여라. 필요한 생필품은 편의점에서도 수급이 가능하다. 지난 에피소드를 보면 이운영씨 일행은 4일차 종주 전 택배로 불필요한 짐을 모두 집으로 보냈다. 비박시 요긴하게 사용하려고 가져온 해먹(hammock, 그물침대)도 과감히 포기했다. 그러자 배낭의 무게가 20kg에서 5kg으로 줄었다. 덕분에 그 후부터 하루 이동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두 남자의 15일간의 에피소드(아래의 이동거리는 대략의 직선거리입니다.)
- 국토대장정 '아름다운 동행' 9일차 이동거리 : 구미 ☞ 대구 40km (아침) 9일째 걷고 있다. 이제 이번 국토대장정의 반절이 지나갔다. 오늘은 멀리 돌아가는 자전거길이 아닌 국도를 선택했다. 숙식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여전히 지나가는 차들은 무섭다.
(저녁) 국도를 택한 덕분에 예정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이번 국토대장정의 후원자 중 현지에 사는 분이 마중을 나오셨는데 힘내라며 한우를 대접 받았다. 이래서야 완주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다.
- 국토대장정 '아름다운 동행' 10일차 이동거리 : 대구 ☞ 창녕 39km(아침) 드디어 부산에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마주치는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어디까지 가는지 묻는다. 국토대장정을 하는 이유와 부산을 향해서 10일째 걷고 있다고 얘기하면 다들 놀란다. 왠지 기분이 뿌듯하다.
(저녁) 3일 연속 40km 정도를 이동했다. 속도가 붙었다. 계산해보니 15일 안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듯하다.
- 국토대장정 '아름다운 동행' 11일차 이동거리 : 창녕에서 고립(아침) 복병이 나타났다. 태풍 '고니'를 변수에 넣지 않았던 것이 실수였다. 이곳 창녕지역에는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오늘은 고립되어 움직일 수 없을 것 같다.
(저녁) 강제로 얻게 된 휴식시간. 많은 분들께서 휴식하는 동안 배불리 먹으라고, 서울에서 이곳 창녕까지 배달 어플리케이션으로 점심과 저녁을 보내주었다. 오늘 하루는 영양 보충을 하는데 집중했다.
- 국토대장정 '아름다운 동행' 12일차 이동거리 : 창녕 ☞ 밀양 43km (아침) 다행히 태풍 고니는 새벽에 동해로 빠져나갔다. 태풍이 지나가서인지 하늘이 유난히 청명하다. 근처에 식당이 없고 비상식량마저 떨어져 공복상태로 2시간 정도 이동했다. 겨우 마을에 있는 식당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식당 주인이 밥이 없어서 라면밖에 안 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라면을 먹고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오늘은 아침밥하고 인연이 없는 것 같다.
(저녁) 점심은 장어탕을 먹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분이 기억에 남는다. 한 아주머니였는데 예전부터 우리처럼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이 소원이라며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우리 국토대장정의 과정과 그 목적을 말씀드렸는데 아주머니는 본인의 일처럼 즐거워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새삼스레 자랑스럽다.
- 국토대장정 '아름다운 동행' 13일차 이동거리 : 밀양 ☞ 양산 41km (아침) 오늘 낮은 여름 더위가 뒤늦게 기승을 부린다. 오랜만에 물이 상당히 간절하게 느껴진다.
(저녁) 앞이 안 보이던 국토대장정이 거의 막바지다. 내일이면 부산에 입성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이젠 행군 자체가 익숙해져 버렸다. 지나가버린 오늘의 기억은 상당히 단편적이다. 대신 마지막 순간에 대한 기대는 몹시 켜졌다.
- 국토대장정 '아름다운 동행' 마지막 14일차 이동거리 : 양산 ☞ 부산 광안리 38km (아침) 결국은 국토대장정의 끝이 보인다. 처음 서울을 출발하면서 설렘과 두려움이 반반이었던 종주길에, 포기라는 녀석과 매일 싸우기도 했다. 결국은 이겨낸 것이 뿌듯하다.
(저녁) 최종 목적지인 해운대와 멀지 않은 광안리에서 국토대장정의 마지막 밤을 청한다. 11일차에 태풍으로 움직이지 못한 것을 고려해 국도를 몇 차례 택하고 하루 이동거리를 늘린 덕분에 예상보다 하루 더 빨리 도착했다. 오히려 우리가 일행들을 기다리게 생겼다.
결국 마주친 여정의 끝, 하지만 희망나눔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