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환우 희망나눔 프로젝트 '아름다운 동행', 15일간의 국토대장정의 출정식을 기념하기 위해 이운영·권용욱씨의 가족과 동료, 그리고 백혈병환우회의 대학생 서포터즈 ‘반딧불이’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운영
지난 8월 15일 아침 10시 서울 광나루역 인근의 자전거 공원에서 희망나눔 프로젝트 '아름다운 동행', 서울-부산 국토대장정의 출정식이 이뤄졌다. 이날 국토대장정은 서울 광나루에서 출발해 부산 해운대까지 15일에 걸쳐 도보로 610km를 이동한다.
이 국토대장정은 백혈병 환우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는 조혈모세포 기증자 모집과 어린이들의 한 달분의 식량을 후원하는 너리시더칠드런(NTC) 후원자 모집을 위해 이운영(37)씨가 계획했다.
이운영씨는 7년 전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고 1년간 투병생활을 했다.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뜻하지 않은 고난에 마주친 그는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큰 절망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 기대치 않았던 주위의 도움들이 큰 희망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물론 그중 가장 큰 도움은 그에게 전해진 조혈모세포(골수)이식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한 27살 청년에게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 새 생명을 누리게 된 그는 자신이 받은 만큼 아픈 사람들을 위해 돕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건강을 되찾은 뒤 처음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그의 희망나눔 프로젝트의 첫 단계인 국토대장정을 통한 조혈모세포 기증자 모집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은 혈액암 환자의 암세포와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뒤 건강한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질병을 완치시키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아 선뜻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드물다.
이운영씨는 조혈모세포이식이 예전처럼 고통스러운 방법이 아니라, 일반 헌혈 방식과 유사한 방식인데도 홍보가 잘 안되어 백혈병환자들이 크게 도움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을 아쉬워 했다. 그는 "이번 국토대장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생명과 희망을 나누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준비과정, 의지 다지는 계기 돼이운영씨가 맨 처음 국토대장정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주위에서 우려의 말들을 먼저 꺼냈다. 백혈병에서 완치된 후 검증되지 않은 그의 몸 상태 때문이었다. 그는 백혈병 완치 이후뿐만 아니라 태어나서 이 정도의 강행군을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국토대장정은 처음이다.
그리고 아직 그 외에는 다른 참가자도 없는 것도 이유였다. 그때 다행히 이운영씨의 지인인 권용욱(44)씨가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차 휴일을 전부 써서 동참하겠다는 말에 이운영씨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물론 그 외의 준비과정도 홀로 계획하는 것이니만큼 쉽지는 않았다. 우선 코스를 짤 때 차량의 호위를 받을 수가 없어 최대한 국도를 배제하고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자 총 거리가 100여 km가 늘어났다.
아마 전례가 없어서일까? 자전거도로를 이용한 국토대장정의 정보는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600여 km의 긴 코스라 자전거도로를 이용한 사람이 없는 듯하다. 비공식적으로 어쩌면 그가 국내 최초의 자전거도로 국토대장정의 선구자가 되는 셈이다. 막막한 상황일 텐데도 오히려 그는 "계속 모험하는 느낌으로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