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법> 지정 '국가기간뉴스통신사'다. 정부로부터 공적 지위 인정과 재정 지원을 받는 동시에, 포털·신문 등 민간에 뉴스를 공급하고 수익을 얻고 있다. 포털 뉴스 공급행위에 대하여, <연합뉴스>측은 "국민 정보복지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차라리 좀 더 솔직한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연합뉴스>는 남북대치 20여일 간 '누구를 위한 기사'를 썼나. 분명한 건 그들이 국민의 알 권리 증진에 어느 정도 기여했고, 스스로의 욕망 대로 "이슈를 장악"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짐짓 점잖아 보이는 그들도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숨기진 못했나 보다.
'실핏줄 대서특필'의 민망함은 차치하더라도, <연합뉴스>가 선택적으로 보여준 사실들은 이랬다. SNS 상에서 전투복을 착복하고 국가에 전쟁불사를 외치며 전쟁준비 완료를 보고하는 청년들을 보여줬다. 자발적으로 전역을 연기 하는 장병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또 보여줬다.
그러나 자신들의 삶의 방향을 국가라는 실체없는 상상적 권력이 멋대로 결정하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데는 인색했다. 단지 한 누리꾼의 "누구를 위해 참전한단 말이냐"는 취지의 짧은 인상 비평 정도를 형식적으로 그리고 영향력 없이 보여줬을 뿐이다(27일자 보도). 그리고 이 상황은 종국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높아진 지지율을 보여주는 일로 수렴됐다.
세뇌가 아닌 '나이팅게일의 새' 역할을 해라미디어이론가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사람들의 감각비율 내지 지각패턴이 달라지면, 개인적·사회적 결과도 달라진다고 했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인지과학자 파스쿠알-레오네는, 생각이 뇌신경 회로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그는 한 그룹의 피험자들에게 피아노 건반을 다섯 손가락으로 계속 치는 연습을 시켰고, 다른 그룹의 피험자들에게는 단지 상상으로만 피아노 건반을 치게 했다. 그리고 나중에 뇌의 운동피질 영역을 확인해보니, 두 그룹이 동일한 운동피질 영역과 운동 회로가 활성화 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최근 남북 군사대치 상황에 적용해보면, <연합뉴스>의 보도행태는 청년들의 운동회로를 언제든 '떡밥'이 도래하면 '전쟁불사'를 외치며 전투복을 착복하고 인증사진을 올리도록 학습시킬 우려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남북긴장을 고조시키는 매우 위험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가가 개인의 몸에 '자발적 통제'를 가할 수 있음을 경고한 철학자 푸코의 경고는 유효해 보인다.
결국 <연합뉴스>의 보도행태는, 대놓고 '신안보세대' 프레임을 내세운 <동아일보>와 "위기상황 땐 국가 우선하는 2030의 변화된 모습" "북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을 운운하는 <국방뉴스>의 국가주의보다 훨씬 위험하다.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정부의 지원과 탄탄한 인프라와 취재인력을 등을 바탕으로, '사실과 균형'을 표방하며 신뢰를 얻는 <연합뉴스>. 그런 <연합뉴스>는 지난 20여일 간 국가주의, 응징론, 희생론, 황색저널리즘, 진영논리 등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온 기성언론들의 문제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가(관련 기사:
"전쟁 불사", 보수언론의 위험천만한 선전선동).
아쉽게도 진보언론들은 남북대치 상황에서, 보수언론들을 견제하고 여론을 설득하는 데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듯 보인다. 이것은 아마도 진보언론들이 자주 '미네르바의 부엉이' 역할을 하기 때문은 아닐까.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법철학>에서,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야 날아오른다"고 했다. 아침부터 낮까지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그 즉시 관찰해선 모든 걸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휘몰아치는 정세 변화 속에서 한 걸음 '거리두기' 하는 지혜가 필요함을 말한다.
그래서 진보언론들은 자주, '속보' '사실 위주' '짧은 글'을 선호하는 언론들보다 '느리고' '논조를 숨기지 않으며' '한 호흡 긴 글'을 쓴다. 그러나 거기에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있고, 새 시대를 빠르게 전하며 날아드는 '나이팅게일의 새'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조망이 드러난다.
물론 '미네르바의 부엉이'와 '나이팅게일의 새'중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객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건과 거리를 두든 뛰어들든 그것이 객관성을 즉시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자는 서로를 견제하는 동시에 상호보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합뉴스>의 보도행태는 아쉬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5
공유하기
'실핏줄 터진 대통령', 누굴 위한 기사쓰기 였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