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SBS 서울디지털포럼(왼쪽)과 지난 24, 25일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미래포럼 명찰
김시연
요즘 언론사치고 국제컨퍼런스 없는 곳이 드뭅니다. SBS '서울디지털포럼(SDF)'과 매경 '세계지식포럼'이 대표적이고 <오마이뉴스>도 지난 2010년까지 '세계시민기자포럼'을 개최했죠.
특히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열리는 서울디지털포럼 기조연설만큼은 거의 빠뜨리지 않고 취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3D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부터 지난 5월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에 참여한 물리학자 킵 손 박사까지 늘 가장 뜨거운 연사들이 참석하기 때문이죠(관련기사:
<인터스텔라> 만든 킵 손 "스티븐 호킹과 차기작 준비").
KBS 미래포럼은 '방송용', 포럼 참석자는 '방청객'?올해는 국내 대표 공영방송사인 KBS도 뛰어들었습니다. 바로 지난 24일, 25일 이틀 동안 광복 70주년 특별기획으로 열린 'KBS 미래포럼'입니다. 행사 규모가 SDF에는 못 미치지지만 199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라모스 호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을 비롯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로 많이 알려진 미국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 '창조경제' 주창자인 존 호킨스 등이 참석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행사 이틀째인 25일 오전에 찾은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은 국제컨퍼런스 행사장이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 녹화장이었습니다. 무대 주변에 임시로 설치한 수백 석만 가득 채웠을 뿐 기존 고정 객석은 그냥 놀리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가운데 절반은 대형 모니터에 가려 무대를 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KBS도 포럼에 앞서 사전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이날 행사장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명찰을 찬 일반 참가자보다는 소속을 알 수 없는 '단체 참가자'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그나마 이들 상당수는 1부 강연이 끝나자 행사장을 빠져나갔고, 2부 토론회 때는 제작진이 앞쪽 빈자리부터 채운다고 곤욕을 치렀습니다. '녹화 중계 한다'는 이유였죠.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참가자나 '프레스' 명찰을 달고 취재차 간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3시간 가까이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토론회를 '방청'해야 했습니다. 카메라 크레인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아찔한 순간에도 찍소리도 못했습니다. 그나마 생방송이 아닌 게 다행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