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활동을 벌였다.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낙동강에서 뜬 녹조물을 뿌려보고 있다.
권우성
우리 사회의 전문가로서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찬동했던 인사들의 태도는 도를 넘어섰다.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장은 퇴임 직후 대한토목학회장에 올라 임기를 마쳤고, 곧바로 대학 총장 후보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심 전 본부장은 22조 원의 국민 혈세 낭비에 있어 이 전 대통령과 함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뻔뻔함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곡학아세로 4대강 사업을 찬동했던 인사들이 학술단체의 수장이 되는 일도 벌어졌다. '4대강 사업은 미래 물 문제, 홍수예방, 수질 개선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라며 4대강 만능론을 주장했던 명지대 윤병만 교수가 지난 1월 한국수자원학회장이 됐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을 옹호하던 서울여대 이창석 교수가 한국생태학회장이 됐다.
지난 8월 12일 부산에서 열린 제14회 강의 날 대회에서 대전대 토목공학과 허재영 교수는 '큰빗이끼벌레는 큰 문제 없다'는 식으로 밝힌 한 대학 생태 전공 교수에게 강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생태를 전공한 교수들이 4대강 사업을 가장 강하게 반대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전문가들의 비겁함을 질타했다.
학계에서 대표적인 4대강 찬동인사인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학 교수 역시도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언론 기고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이를 부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윤순진 서울대 교수는 "전문가 집단의 곡학아세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였다"면서 "4대강 사업을 옹호했던 인사들이 학술단체의 수장이 됐다는 것은 학술단체로서 자정능력이 상실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직사회에서 4대강 사업 찬동했던 이들도 자신의 과오를 외면하고 있다. 환경부 내부에서 '국토부의 2중대냐'라는 소리가 나오게 만들었던 핵심 인사인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박근혜 정부 내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시민단체 등과 관계가 원만해 환경부 정책을 알리는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2014년 올해의 환경인상'을 수여하는 황당함도 보여줬다.
환경부 및 국토부 공직자 중에서 퇴임 후 사회단체 요직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부처 내 핵심 부서로 승진하는 경우도 확인되고 있다. 안시권 전 4대강 추진본부 총괄기획팀장은 국토부 공공기관이전추진단 부단장이 됐고, 이성해 전 4대강 추진본부 팀장은 국토부 수자원개발과장으로 여전히 핵심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언론도 부역, 공론의 장 상실4대강 사업을 찬동하던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은 퇴임 후에도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고흥길 전 특임장관은 가천대학교 석좌교수가 됐고, 김지태 전 환경부 물 국장은 경기대 교수로, 박연수 전 소방방재청장은 고려대 대학원 교수로,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성균관대 교수로, 허남식 전 부산시장은 동아대 석좌교수 등이 돼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이 가능하게 했던 요인 중에 하나가 언론의 부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5월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등과 공동으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12개 언론 매체의 사설과 칼럼을 분석했다.
약 6만 건에 이르는 4대강 관련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 몇 가지 특징을 구분할 수 있었다. MB의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선 거의 모든 매체가 비판적 입장이었다. 국민적 합의가 없었으며, 타당성이 의심되는 사업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공통적으로 나타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전환되자 입장은 180도 변했다.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의 차이는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터널의 유무였지만, 대부분 언론은 검증을 외면한 채 맹목적으로 4대강 사업 띄우기에 임했다. 4대강 사업은 치수대책이며,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릴 수 있는 만능이라는 정권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고인 물이 썩는다'라는 상식적인 주장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 매도했다.
심지어 '4대강 반대는 종북세력'이라는 색깔론을 사용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문화일보>가 대표적이다.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이념화하면서 진실을 왜곡하는 데 앞장선 것이 이들 언론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는 교묘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이들 매체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총론적으로 찬성하지만, 과정에 대해서는 신중할 것을 요구했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2010년 3월 21일 자 '4대강 한 곳만 먼저 하자'라는 칼럼을 통해 "4대강 사업은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갈 수 없는 문제"라면서 단계적 추진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6월 지방선거가 야권의 우세로 결론 나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는 맹목적 찬동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언론 의병'이 필요했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