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세명의 심사위원들이 1번 참가자인 내 요리를 시식하고 있다
강상오
식순에 따라 오후 3시부터 행사가 시작되었다. 1시간 가량 토마토 요리대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와 참가자 소개, 심사위원 소개 등이 진행되었고 실제 요리 만드는 시간은 4시부터였다. 요리가 시작되면서 앞쪽에 설치된 모니터에 1시간으로 맞춰진 타임 워치가 돌아갔는데 그 타임 워치가 평소 집에서 요리할 때와는 다른 긴장감을 안겨 주었다.
이번 요리대회 본선 참가팀은 총 10팀이었다. 나는 참가번호 1번으로 맨 앞쪽 조리대에서 요리를 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뒤쪽을 좋아하던 나인데 맨 앞에 나서 있으니 그 또한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긴장을 풀기 위해 여기 저기 사진을 찍었다. 신기한 이 공간에 내가 와 있다는 사실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준비해온 메뉴가 평소 집에서 어렵지 않게 만들던 요리인데도 낯선 환경과 시간의 압박속에서 내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듯했다. 나는 '토마토카레 파스타'와 '옥수수토마토전' 2가지 메뉴를 만들었는데 결과로만 말하자면 엉망진창 요리였다.
토마토카레 파스타는 정신없이 만들다보니 중요한 과정을 빼먹은 게 많았다. 파스타면을 삶을 때 소금간을 빼먹었고 너무 많은 양의 면을 삶아서 소스의 양 대비 싱거워져 버렸다. 그리고 토마토 소스를 만들면서 카레와 치즈로 간을 하고 감칠맛을 내려고 했는데 소스가 완성된 뒤에도 치즈가 포장이 뜯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간이 안 돼서 싱거운 파스타와 덩그러니 남은 치즈를 보는데 살짝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니터 안에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고 뭔가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결국 약간의 물에 치즈와 카레를 녹여서 완성된 토마토 파스타 위에 부었다. 면 사이로 녹은 치즈소스가 스며들어 간이 좀 될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어렵사리 완성된 파스타는 직접 맛도 보지 않은 채 내버렸다. 그렇게 생각과는 다른 레시피로 만들어진 파스파를 맛 본 토니오 셰프는 '간이 안 돼서 아쉽다'라고 했다.
사이드 메뉴로 준비한 옥수수토마토전의 경우에는 잘만 만들었다면 괜찮을 법한 메뉴였다. 특히 옥수수가 수확한 지 얼마 안 된 '수안보' 옥수수라 아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익힌 토마토의 흐물거리는 식감을 쫄깃한 옥수수로 보완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법한 메뉴였는데 평소 내가 쓰던 코팅 프라이팬이 아니라 그런지 굽는 도중에 바닥에 눌러붙여 버렸다.
결국 토니오 셰프의 도움을 받아 프라이팬 2개를 이용해 뒤집기에 성공했지만 이미 눌러 붙은 바닥면이 살짝 타버린 뒤였다.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마감 5분을 남기고 옥수수토마토전까지 내면서 내 2개 요리가 완성됐다.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님은 아쉽긴 하지만 내 옥수수토마토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좋게 평가해주셨다.
이렇게 좌충우돌 내 첫 요리 경연대회는 끝이났다. 1번 참가자라 심사위원분들이 내 요리를 가장 먼저 시식했는데 내 요리를 누군가 먹고 평가하는 자리가 어색해 몸둘바를 몰랐다. 게다가 다른 참가자들 중에는 '프로'급 요리를 보여준 사람들도 많았는데 너무 수준 이하의 요리를 낸 것에 민망하기도 했다.
한번 해보고 나니 다음번 요리 대회에 나가게 되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야 할지 조금은 감이 잡혔다. 시간의 압박에서 이기려면 미리 준비한 요리의 레시피를 간단하게 순서대로 메모를 해오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주방용품은 귀찮아도 내가 쓰던 것을 가지고 가는게 좋겠다. 이 소중한 경험이 또 나에겐 하나의 재산으로 남았다.
나는 '야매 셰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