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캐피탈에 설정된 일부 채무 화면 캡쳐.
김현자
현장에서 일했던 한일월드 직원 두 명의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국내에 200여 렌탈업체가 있다. 이중 10여 곳만 자금 사정이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선 렌탈회사가 캐피탈 쪽에 특정 목적으로 계약서를 팔아넘기거나, 담보로 제공해 대출받는 게 관행이다.'또 하나,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알게된 게 있다. 고객이 더 이상 돈이 빠져나가지 않게 출금정지 신청을 해도 렌탈 사업자가 은행에 계좌 출금 재개를 신청하면 자동이체가 부활한단다. 출금정지 이전처럼 계속 출금이 된다는 이야기다. 은행과의 약정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입장 보이는 두 업체... 소비자는 발만 동동문제가 된 한일월드 누리집에 들어가봤다. 이 업체는 초음파 진동기구 해지 신청 접수 관련 안내를 띄웠다. 안내문을 보니 "고객님과 당사가 본건의 렌탈 계약을 맺었고, 랜탈 채권을 BNK캐피탈에 넘긴 것은 맞다"라면서 "계약이 해지된 경우 랜탈료 채권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으므로 BNK캐피탈 측에서는 렌탈료 채권을 고객님을 상대로 추심할 수 없다"라고 써놨다. 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인터넷을 통한) 해지 접수를 받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27일 직접 시도해본 결과, 인터넷을 통한 해지 접수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BNK캐피탈은 다른 입장이다. BNK캐피탈은 누리집에 "한일월드의 해지 신청 및 제품 반환 접수는 렌탈 계약 존속 여부에 관한 적법하고 정당한 권리자인 당사와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되는 것"이라면서 "한일월드에 대해 형사고발 등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밝혔다.
27일 오전부터 나는 한일월드 고객센터에 다섯 차례 전화를 걸었다. "통화량이 많아 모든 상담원이 상담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멘트만 연거푸 들었다. 10여 분 넘게 기다려도 전화는 연결되지 않아 해지 신청을 못하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두 달 뒤면 BNK캐피탈의 채권추심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생각을 하니 온종일 머리가 아프다.
한일월드의 경영 문제는 계속 언론에 보도됐다. 한일월드 직원들의 경우 26일 현재 3개월분의 임금이 체불된 상태란다. 한일월드 직원 임금 규모는 월 15억~20억 원 정도란다.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있음은 물론, 이중에는 지인들에게 한일월드 제품을 소개해 곤란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많단다.
27일 현재까지 몇 건의 관련 기사가 보도됐다. 그런데 언론 보도를 보면서 '계약서를 쓰지 않았음에도 개인의 신상정보가 불법 대출에 사용됐다는 점과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이나 그들의 입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난 24일 한일월드 고객 71명은 한일월드 이영재 회장을 사기 혐의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 구로경찰서에 제출했다. 또한 이 건으로 무료 체험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글이 수많은 피해자들의 입장과 문서 위조 관련 정황을 밝히는 데 제역할을 하기 바란다. 또 이 글을 통해 렌탈 관련 불법 대출 관행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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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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