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독촉 받지 않아 살 것 같아요"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린 주빌리은행 출범식에 참석한 한 시민이 연체한 빚으로 고통을 받다가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 도움을 받은 사연을 발표하며 눈물을 흔리고 있다.
유성호
이날 출범식에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지만, 가장 눈길을 끈 건 한 평범한 채무자의 사례 발표였다. 지난 2011년 8월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과 두 자녀를 홀로 부양해온 송아무개(45)씨는 이날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 재무상담사의 도움으로 어렵게 마이크를 잡았다.
송씨는 지난 2012년부터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지만 자신도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으로 온전치 못하다보니 카드 돌려막기로 빚만 잔뜩 늘었다고 한다. 결국 연체한 빚을 감당하지 못한 송씨는 지난 5월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 도움으로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송씨는 "빚으로 음주 가무를 즐긴 적도, 사치한 적도 없지만 남의 돈을 쓴 건 큰 잘못이었다. 앞으로 더 능률적으로 일하고 재무 상담을 통해 꼭 써야할 곳에 돈 쓰고 나머지 줄이겠다"면서 "언제까지 누워있을지 모르는 남편, 아들, 곧 아직 초등 5학년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겠다"며 시종 울먹였다.
송씨는 "개인회생 서류를 제출하고 더는 채무독촉을 받지 않아 살 것 같다,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는 내 편인 것 같다, 내가 비빌 언덕인 것 같다"면서 "아울러 나처럼 혼자 감당하기 힘든 채무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상담센터가 전국 방방곡곡에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끝으로 송씨는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에게 자신이 추천하는 보험에 가입해 달라며, 강한 '삶의 의지'까지 보여줘 누구보다 큰 박수를 받았다.
서울시, 성남시 이어 경기도까지... 중앙 정부는?서울시, 경기도, 성남시 등에서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주빌리 은행' 출범을 주도한 사단법인 희망살림의 제윤경 상임이사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세 자치단체장이 채무자를 위한 금융복지상담센터를 개설해, 많은 채무자들이 어디 가서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다, 함께 길을 찾아주는 상담사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 상임이사는 "금융회사들이 부실 채권을 헐값에 대부업체에 내다파는 걸 보고 우리가 직접 채권을 매입해 추심하고 사람을 괴롭히는 대신 빚에 허덕이는 채무자들에게 새 출발할 기회를 주고자 주빌리 은행을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채권 매입 과정에서 시민들의 십시일반 모금 등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비영리 단체인 주빌리 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7차례에 걸쳐 장기 채무자 792명의 빚 51억 원어치를 탕감한 '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 빚 탕감 프로젝트의 연장이다. 주빌리 은행은 부채 원금 3~5% 정도에 '땡처리'되는 장기 연체 부실채권을 매입한 뒤 채무자에게 원금 7% 정도까지 형편껏 갚게 하고 그 차익으로 다시 채권을 매입해 다른 채무자를 구제하는 데 쓸 예정이다.(관련기사:
박원순-이재명 양 날개, '주빌리 은행' 뜬다)
공동은행장인 유종일 교수는 빚 탕감이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우리가 구제하려는 채무자들은 이미 고통을 받을 대로 받은 이들"이라면서 "이들에게 세상을 찾아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도덕적 의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오히려 "걸핏하면 세금으로 구제 금융을 받는 금융회사야말로 도덕적 해이"라면서 "채무자 권리를 보호하면 금융회사들이 더 신중하게 대출하도록 해 금융이 선진화를 도와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1조 투자하면 50조 탕감... 채무자 살리기가 경제 살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