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산맥 민속음악 여행> (지은이 노재명 / 펴낸곳 채륜 / 2015년 8월 10일 / 값 42,000원>
채륜
이 책, <코카서스산맥 민속음악 여행>(지은이 노재명, 펴낸곳 채륜)은 국악음반박물관장인 저자가 아시아와 유럽을 경계하고 있는 코카서스산맥 주변국,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에서 민노래들을 발굴·녹음·녹화하고, 박물관에 소장 할 전시물들을 찾기까지의 여정(旅程)을 읽을 수 있는 기록입니다.
책에는 저자가 조지아에 국악음반박물관 부설 세계민속음악연구소를 설립하기까지 내딛고 걸었던 발자취가 또렷하게 담겨 있습니다. 하얀 눈에 또박또박 난 발자국처럼 몸으로 흘린 땀과 견뎌야만 했던 추위, 마음으로 새긴 우여곡절, 발걸음으로 남긴 여정이 온전히 드러납니다.
저자가 자료를 찾고 수집하는 과정은 낯선 산을 넘고 물살 센 강을 건너야 하는 우여곡절 좌충우돌입니다. 달랑 이름만 갖고 사람을 찾아 나서는 보물찾기 무한 도전입니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규모의 도시에서, 이름 석 자만 들고 사람을 찾아 나선다고 하면 다들 어이없어 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지아 아르타나 마을에서는 지금도 그런 일이 가능한가 봅니다.
조지아는 전통적인 지역 사회이기에 대략적인 지명과 이름만 알면 사람을 찾을 수가 있다. 택시 기사가 아르타나 지역에 사는 안드로 시마슈빌라 옹 이름만 가지고 집을 물어서 찾아 주었다. - <코카서스산맥 민속음악 여행> 53쪽
밤새 떨다가 새벽에 "난 누구인가. 여긴 어딘가" 정신이 혼미할 즈음 살아 있나 확인하러 온 옆집 아저씨가 장작을 가져다 몸을 녹여 주었다. 냉골방에서 새벽 3시쯤 눈뜨면 허리가 다른 사람 거 같다. 조지아가 아르메니아보다 좀 더 춥게 느껴졌다. - <코카서스산맥 민속음악 여행> 332쪽난방 문화가 없는 마을, 국악음반박물관 부설 세계민속음악연구소를 설립한 조지아 포도마을 구르자니 잔다르에서 맞이한 초겨울 밤은 정신이 혼미할 만큼 춥습니다. 저자가 자료를 발굴하고 확보해 나가는 나날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 중인 여느 구도자의 고행에 버금갑니다.
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어 주문을 했는데 삼계탕이 나오고, 얼큰한 짬뽕이 먹고 싶어 주문했는데 식탁에 나오는 건 싱겁고 설익은 라면 흡사한 면 볶음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의사 소통조차 원활하지 않은 곳에서 얻고자 하는 자료를 찾아가는 나날은 하루 하루가 개척이며 가는 곳곳이 탐험입니다.
국악음반박물관 전시물 이력 알려줄 문화 해설서박물관에 가 관람을 하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전시물들이 한 둘 아닙니다. 전시물 자체가 갖고 있는 역사, 유래, 특징 등은 주변을 두런두런 살피다 보면 안내의 글을 십중팔구는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시물 전시되기까지의 이력,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여기까지 가져왔으며, 어떤 숨은 사연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은 쉬이 찾아지지 않습니다. 어떤 전시물이나 소장품이라도 그것이 그 자리에 있기까지의 과정은 또 하나의 가치이며 사연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코카서스산맥 민속음악 여행>은 국악음반박물관이나 조지아 포도마을에 부설된 세계민속음악연구소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전시물과 하나의 소장품에 깃들어 있는 사연 같은 이력을 상세하게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문화 해설서입니다.
책은 반쯤이 사진으로 편집돼 있습니다. 사진을 보듯 설명 글을 읽고, 설명 글을 읽듯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술술 넘어가는 책장 너머로 저자의 여정도 보이고, 전시물들이 품어가고 있는 사연들 또한 어느새 콧노래로 부르는 민노래가 돼 입술에서 흥얼댑니다.
민속 음악을 찾아 나선 저자의 발걸음은 고단했을지라도 <코카서스산맥 민속음악 여행>에 담긴 저자의 뒤안길은 비석에서 뜬 탁본 속 금석문처럼 박물관에 전시돼 유·무형으로 보존 될 또 다른 가치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코카서스산맥 민속음악 여행 - 아르메니아.조지아
노재명 지음,
채륜,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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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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