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공원의 색다른 가로등.
김종성
70~80년대 이 역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칠성시장에 채소를 팔러 가고, 대구역 인근 번개시장에 다녔다. 하양, 영천, 경주, 포항 등으로 또는 대구로 통근이나 통학의 통로이기도 했다. 동대구역 기점으로 매일 67대 기차가 다니기도 하다가, 2005년 11월1일 여객업무가 중지되어 사실상 역으로서의 기능은 끝났다. 2008년 동대구역과 영천을 잇는 구 대구선을 완전히 폐지하는 과정에서 형제역이라 불리는 이웃 역 반야월역과 함께 폐역되었다.
동촌역은 대구선에 남아 있는 옛 역사 중에 건축 당시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덕택에 이설 후 2006년 등록문화재 제303호로 지정되었다. 1930년대 가장 잘 남아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간이역으로 건축사적 가치를 가진 덕택에 철거되지 않고 문화재로 남을 수 있었다. 삼각형 모양의 지붕을 한 역사 건물이 아담한 동네와 어울려 정겹다. 우리나라엔 이렇게 개성 있고 정다운 간이역들이 많았다. 지금이야 모두 똑같은 모양의 역들이 대부분이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역사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서 기차여행이 더욱 풍성했다.
기차역으로 소명을 다한 동촌역은 '동촌역사 작은 도서관'이란 이름으로 역생(驛生) 2막을 이어가고 중이다. 검사동 756-5번지에 있던 기존 동촌역은 2008년 폐역되고, 2014년 입석동 893-9번지로 이전, 현재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역명판은 옛날 동촌역 시절의 것 그대로다. 마당에 조그마한 철길과 기차의 좌석처럼 마주보는 벤치, 기차 건널목 신호등을 닮은 가로등이 정답다.
동촌 역사만큼이나 작은 창문 너머로 책을 뒤적이는 아이들 모습이 귀엽다. 도서관엔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위에 작은 다락방 같은 책방도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동촌역사의 삼각형 지붕 안이 다락방 열람실이다. 2000여 권의 책과 함께 전시된 낡은 근태처리부, 장표 기록부, 방송장치(토크백)에서 흘러간 시간을 느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