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재우고서 한참 동안이나 창밖을 바라보던 어머니.
정수지
한 시간이나 늦게 출발했는데 예정시각에 맞게 도착한 건 뭔지 싶다. 아그라에 도착하자마자 정말 숨도 못 쉴 만큼의 불볕더위를 느꼈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릭샤 기사들은 우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더위보다 옆에서 쉬지 않고 흥정하는 릭샤 운전사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대충 가격이 맞는 릭샤를 타고 이동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릭샤 기사가 수첩 한 권을 꺼내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수첩을 펼쳐보니 이제껏 운전해준 관광객들이 쓴 메시지였다. 델핀과 안토니는 프랑스 사람이 쓴 메시지를 보고선 "이 사람 좋은 사람 같아"라고 말했다. 나도 한국어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억지로 쓴 감이 없지 않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듯했다.
" 하루 1000루피. 당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가겠습니다."우리의 목적지는 타지마할이었지만, 그는 온종일 운전해주겠다고 말했다. 우리더러 오늘은 타지마할 입장도 무료인데 자신을 만난 것 또한 행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천연덕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날씨도 덥고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어 그냥 그와 함께 다니기로 했다.
"배고프지 않아요? 뭐라도 먹고 타지마할 구경하세요."그는 타지마할 대신에 자신이 아는 레스토랑을 안내하겠다고 했다. 릭샤를 타면 늘 기사들은 목적지보다 더 좋은 곳을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아마 나보단 기사 자신에게 좋은 곳일 테다. 우리를 데려가는 조건으로 얼마 안 되는 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수완을 빼앗고 싶지도 않았고, 좋다고도 하니 그 말을 믿고서 식당을 가보았다.
음식은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식당을 나오자마자 다른 흥정을 시작했다. 오늘은 무료개방이라 사람이 많을 테니 타지마할 가이드를 붙이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다. 500루피였는데, 가격을 떠나서 그냥 패키지처럼 모든 것을 씌우려는 그 마음이 싫었다. 자유여행이 아니라 억지로 누군가를 따라다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델핀과 안토니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라 나도 따르기로 했다. 우리는 기사가 소개해준 가이드를 따라서 타지마할의 남문 입구로 갔다.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낱낱이 확인한 후에야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라진 가이드, 일행의 가방을 노리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