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 노모리에서 먹은 해물 덮밥 에키벤
김종길
에키벤은 종류도 다양할 뿐더러 구성과 가격, 디자인도 다양하다. 심지어 에키벤은 만화책으로 나왔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국내에서도 만화 <에키벤>이 번역되어 판매되고 있다. 만화 <에키벤>은 도시락집 주인이자 철도 마니아인 주인공 다이스케가 아내에게 선물 받은 기차표로 일본 일주 기차 여행을 떠나면서 일본의 각 지역별, 기차역마다의 명품 에키벤들과 일본 기차 여행법을 소개한 철도 도시락 여행기이다. 지금까지 규슈에서 간토 편까지 15권, 대만과 오키나와 1편까지 합쳐서 총 16권이 출간됐다.
<에키벤>의 1권은 규슈 편으로 지역특산물을 살려 만든 고등어초밥 도시락(오이타역), 돈코츠 도시락(가고시마 중앙역), 명란젓 도시락(모지역), 영주님 도시락(구마모토역), 싯포쿠 도시락, 카쿠니 도시락(나가사키역), 현해탄 치라시초밥(하카타역), 숲 도시락(유후인 노모리) 등 규슈 각지의 에키벤이 소개되고 있다.
대개 먹는 사람 앞에서 항상 조리되는 것이 일본 요리 특성 중의 하나라면 에키벤은 상당히 이색적인 음식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재료를 섞지 않고 그 원래 상태를 부각시키는 일본 요리의 특징이 에키벤에도 있다. 하나의 음식 속에 계절이 함축되어 있고, 미적인 것도 보여주고, 지역의 특성을 드러내고, 각 요리가 어우러져 맛에 일관성도 갖춘 음식. 맛, 정성, 의미가 듬뿍 담긴 <에키벤>은 예쁘기까지 해서 마치 꽃을 보듯 설렘이 있다.
다양성과 지역성, 계절성이 있는 에키벤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함께 주어 설레고 들뜨게 한다. 에키벤을 먹기 위해 부러 기차역을 찾거나 기차를 탄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에키벤은 인기가 많다. 기차 이용객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매년 에키벤 경연대회도 열리고, 에키벤을 먹으며 일본 곳곳을 여행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큰 인기가 있다고 한다. 에키벤은 분명 매력을 넘어 마력을 가진 일본의 독특한 음식문화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도 일부 기차에서 도시락을 팔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다양하지도 않을뿐더러 먹고 싶어서 찾는 것이 아니라 그냥 끼니를 때우는 정도로 여긴다. 게다가 지역의 특징이 담긴 음식이 아니라 그냥 일률적인 메뉴이다. 다양한 메뉴의 개발과 상품성, 지역성을 갖춰 지역경제와 기차 여행 활성화, 음식문화 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역의 특산물과 스토리를 엮은 스토리텔링 전략에 대한 깊은 고민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지극히 소소하고 평범한 소재에서 새로움과 변화를 읽어내어 그것을 상품화하고 이슈화시키는 능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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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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