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쓰게 된 식탁의자가 재봉틀대로 변신했다.
이담.김근희
- 본업이 화가이자 작가이고 강연까지, 하는 일이 많은데, 먹고 입는 것, 가구까지 모두 직접 만드는 게 가능한가?"충분히 가능하다. 모두 바쁘다고 하는데, 무엇 때문에 바쁜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서다. 돈은 왜 버는가? 소비하기 위해서다. 쇼핑도 습관이다. '내 옷장으로 쇼핑을 가라'는 말이 있지 않나? 이미 만들어진 것에 마음을 맞추려니 만족스럽지 못해 계속 소비를 하게 된다. 그래서 돈이 또 필요하고 시간은 없고…. 그러면서 행복한가? 돈을 덜 벌고 소비를 줄이면 시간이 생긴다. 그 시간에 내가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고, 있는 것 고쳐 쓰다보면 아무리 바빠도 즐겁다. 내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가진 것은 적지만, 훨씬 풍요롭게 살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전자제품과 신발 같은 것을 빼고 부부가 입은 옷부터 가방, 노트북파우치, 지갑, 물병싸개까지 모두 직접 만든 것들이다. 심지어 가슴에 단 노란리본도 천연염색을 해 자체 제작했다. 바느질은 아내, 목공은 남편의 몫이라는데 공통점이 있다. 가능하면 재료를 사지 않고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쌀포대, 재활용쇼핑백, 옷, 가구… 남들이 쓰다버린 물건이 두 사람의 손을 거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으로 탄생한다.
- 재활용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25년 전에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 유학을 갔는데, 동시에 공부할 형편이 안돼 2년씩 번갈아 대학원에 다녔다. 절약을 하려면 먹는 것, 입는 것, 심지어 전시회에 쓸 액자까지 직접 만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재활용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 우리가 하는 목공이나 바느질은 생산이 목적이 아니라, 소비를 줄이기 위함이다."
- 재능이 남다르니 재활용품도 작품이 되지, 아무나 하겠나?"그렇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자꾸 실수를 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나오고 기술도 는다. 실수는 끝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하면 된다. 작품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즐기는 게 중요하다. 쓰레기도 줄이고 가계부도 가볍게 하는 재활용 바느질과 목공, 있는 것만 활용하고 더 이상 만들지 않게 소비를 줄이면 지구환경도 그만큼 좋아진다. 우선 집에 있는 것부터 활용해 시도해보자. 가족이 쓰던 물건에는 추억과 역사가 있기 때문에 재활용해 만들고 나면 더 의미있고 소중하게 생각된다."
- 강좌에 통밀빵 굽기가 들어가 있는데?"먹을 게 넘쳐나고 너무 먹어서 탈인 세상이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밀은 껍질이 20%이고, 그 중에 3%가 눈인데 거기에 영양분이 가장 많다. 도정을 하면 50%상태로 당분만 남는다. 시중에 파는 빵은 거기에 또 첨가물을 많게는 20가지 이상 넣는다. 빵을 집에서 통밀로 만들어 먹어야하는 이유다.
또 모든 식재료는 제철에, 가까운 곳에서, 생산자를 알고 사야한다. 가장 좋은 게 오일장이다. 오일장을 이용하다보면 마음이 통해 식구처럼 된다. '누구네 쌀' '누구네 채소'인지 다 알기 때문에 먹을 때도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유통마진이 줄어드니 생산자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 이런 상부상조가 전국적으로 번지면 좋을 텐데…. 다만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대를 이을 사람이 없다는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