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과 홈리스청소년이 모여드는 신림역 일대의 밤거리.
조호진
"왜 좋은 집 놔두고 가출해서 이 고생이니. 부모님이 기다리는 집으로 어서 들어가라!"
어른들은 가출 청소년들을 이렇게 선도합니다. 가출 청소년들은 과연, 편안한 가정을 놔두고 뛰쳐나온 철부지일까요? 박진규 서울시립신림청소년쉼터(이하 신림쉼터) 실장은 "소년들은 가출한 게 아니라 탈출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출 청소년을 16년째 만나고 있는 박 실장은 가출 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합니다. 편안한 집을 놔두고 가출한 청소년은 극히 일부라는 것입니다.
가족 갈등 때문에 가출한 청소년은 부모에게 연락하면 대부분 데려갑니다. 쉼터에서 보호하는 기간은 평균 10일 정도입니다. 이처럼 귀가 가능한 청소년은 쉼터에 입소한 가출 청소년 중에 30%가량입니다. 나머지 70%는 가정해체 등으로 돌아갈 가정이 없어졌거나 보호자의 학대(신체, 정서, 방임, 성) 때문에 가정에 돌려보내선 안 되는 경우입니다. 이 청소년들을 '생존형 가출 청소년' 혹은 '홈리스 청소년'이라고 부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잘 계시죠?… 얼마 전에 병원을 갔는데… 저, 정신분열장애라고…."서현이가 보내온 메일입니다. 서현이는 4년 전 신림쉼터를 찾아온 14세 소년으로 당시에 정서불안과 신경쇠약증세를 보였습니다. 더 이상 보호할 수 없어서 귀가시킨 게 화근이었습니다. 쉼터의 비인도적 처사일까요? 아닙니다. 쉼터엔 학대 피해 소년들을 도와줄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보호자가 학대 가해자로 밝혀져도 친권을 주장하면 소년을 더 이상 보호할 수 없습니다.
학대 아빠들이 쉼터에 찾아와 소년들을 데려가려 하면 소년들은 "죽어도 집에 안 간다!"며 완강하게 저항합니다. 어떤 소년은 "아빠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아빠 때문에 미쳐버리겠다!"며 울부짖습니다. 쉼터 관계자가 보호자를 만류하면 막말과 욕설을 하며 "저 ××를 여기서 내쫓으라"고 요구합니다. 이런데도 가정문제니까 간섭하면 안 됩니까? 귀가시키면 소년이 미치거나 또 다시 가출하는데도 무작정 귀가시켜야 합니까?
박진규 실장은 "학대 피해 소년을 보호하려다가 부모의 민원 제기로 시말서를 쓴 쉼터 선생들도 있다"면서 "선생들은 소년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부모의 횡포에 시달리는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습니다.
박 실장은 특히 "피해 소년들은 부모의 학대를 피해 탈출했지만 누구도 보호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면서 "이런 경험을 한 소년들은 세상과 어른들에게 더 이상 도움을 청하지 않게 된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전래 동화에서는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을 숨겨주지만 이 나라에선 학대 부모에게 쫓기는 소년들을 끝까지 보호해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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