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정권이 친청나라 노선으로 돌아섰음을 웅변하고 있는 삼전도비. 서울시 송파구 석촌호수 가에 있다.
김종성
다음 달 3일 북경(베이징)에서는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기념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다. 중국의 패권을 과시하는 장으로 활용될 이 행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우려를 무시하고 참석을 결정했다.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이므로 여기서는 반일 분위기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것은 일본을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대한 직간접적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것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미국의 속을 얼마나 태우게 될지를 보여주는 전조라고 할 수 있다.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다가 나중에는 청나라로 확실하게 돌아선 인조정권과 그 후계자들처럼 대한민국 보수파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보수파에게 동맹관계를 맡길 수 없는 이유대한민국 보수파가 동맹관계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민족이 만주를 잃고 한반도에 갇힌 10세기 이래로 이 땅의 보수파들이 보여준 행동패턴을 볼 때, 대한민국 보수파가 새로운 동맹관계를 모색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조 정권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땅의 보수파들은 동맹의 상대를 바꿀 때마다 민족의 이익이나 위신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처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민족적 이익이나 위신을 포기하면서까지 동맹관계를 바꿀 수 있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김부식은 대륙에서 금나라(여진족)의 패권이 확립되던 시기에 이들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려인들이 대륙에 대한 기억을 잊고 한반도에 안주하도록 하고자 역사서를 왜곡했다. 이방원은 정도전의 요동정벌을 저지하고 명나라와의 동맹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역특혜를 조건으로 조선 청년 병사들이 명나라의 전쟁에 동원되는 전통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민족적 이익과 위신을 포기하는 대신,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나빠지는 일만큼은 어떻게든 막아냈다. 그래서 동맹관계가 바뀌는 것이 이 땅의 백성들에게는 큰 이익이 되지 못했다.
지난날의 동맹에 구애되지 않고 현실적 역학관계를 수긍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민족의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그렇게 했다는 게 위험한 일이다. 이 땅의 보수파가 새로운 동맹관계를 모색하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동일한 맥락에서다. 이런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박근혜 정권을 포함한 역대 보수파 정권들이 동맹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이끌려 다니면서 국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을 위해 주둔비용의 상당부분을 부담해주는 것이나,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지 않고 미국에 마냥 맡겨놓고 있는 것이나,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라는 명분 하에 우리 군사정보를 일본에 넘기려 하는 것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보수파 정권은 동맹관계에서 한국의 실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이제까지 이렇게 해온 보수파 정권이 새로운 동맹관계를 모색한다고 해서, 기존의 행동패턴이 바뀔 수 있을까.
박근혜 정권과 대한민국 보수파는 김부식·이방원 같은 보수파와 맥이 닿는 세력이다. 한미동맹을 예찬하던 이들이 조금씩 중국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부식·이방원처럼 이들도 민족의 이익과 위신을 포기하고 사적인 욕망의 충족을 위해 나라를 이끌고 가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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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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