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보리밥정감 넘치는 진주의 맛집인 고향보리밥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강상오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가면 보수를 받기 때문에 식사 제공은 안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대부분 고객이 식권을 준다. 자신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온 사람에게 밥도 주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원칙에 따라 식사 제공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부산 예식의 경우 식사 제공이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서 밥을 먹어도 크게 부담이 없다. 하지만 장거리 예식은 다르다.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장거리 예식에 참석해달라고 의뢰를 한 고객들은 식사 제공을 해주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무조건 예식 뷔페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정도를 제공하는 편이다.
그 사실을 몇 달 전 지방 예식을 참석했을 때 알았다. 그 날은 참석한 예식이 끝나고 예식장 뷔페가 아닌 일반 식당을 찾아가서 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이 궁금해서 함께 간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이유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었다. 예식장 뷔페는 비싸니까 따로 점심값을 챙겨주는 게 싸게 먹히는 것이다. 그날 우리가 먹은 점심은 6천원 짜리 백반 정식이었다.
이번 예식에서도 예식 뷔페가 아닌 일반 식당 음식을 사 먹었다. 나는 이렇게 그 동네 맛집을 찾아가서 밥을 사먹는 게 더 좋다. 예식에 자주 참석하다 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 뷔페 음식은 쉽게 질리기 때문이다. 이번에 밥을 먹은 식당은 조그만 보리밥집이었는데 엄지손가락이 절로 올라갈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식당 사장님은 우리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이신 것 같았다. 나이가 70대 정도는 족히 돼 보였다. 장정들이 맛있게 보리밥을 먹는 모습이 예뻐 보였는지 계속 주방에서 나와 "뭘 더 줄까?" 하고 물으셨다. 찌개와 각종 나물을 넣고 슥슥 비벼 먹는 보리밥은 가히 꿀맛이었다. 찌개는 사장님이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것이라고 했다.
맛집답게 벽면에는 다녀간 연예인들의 사인이 많이 붙어 있었다. 장윤정, 설운도, 정수라, 김흥국의 사인이 기억난다. 조그만 보리밥집에서 밥을 먹은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그 시간 동안 사장님의 마음 씀씀이가 마음에 와 닿았다. 문득 아침에 얼굴 못 보고 나온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이렇게 지역 맛집을 찾아다닐 수 있는 것 또한 장거리 예식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오늘 지방 예식에 참석하고 귀가한 시간은 오후 4시 즈음이었다. 장거리 예식이라 왔다 갔다 하며 거의 하루를 다 보냈다. 하지만 우리가 축하해줄 때 활짝 웃던 부부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렇게 보낸 하루가 절대 아깝지 않았다. 신랑 신부 행진이 시작될 때 우리는 모두 기립해서 박수 쳐주었다. 그 모습에 중독된 나는 올 가을에도 나는 열심히 정장을 입고 예식장을 누빌 생각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공유하기
장거리 '하객 대행' 알바, 지역 맛집 탐방은 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