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 자가진단법. 손목을 사진과 같이 맞대고 30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사진은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노동과학연구소장).
김지현
- 근골격계 질환은 지금까지 주로 제조업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직 근골격계 질환 발생 비율은 어떤가.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에서 1990년 말부터 철도 정비, 음식 산업, 자동차, 중공업, 병원 등 50개 사업장에 대한 근골격계 질환 비율을 조사한 결과, 근골격계 질환 의심자 전체 평균 비율이 51.4%인 데 반해, 속기사나 자료 입력직 등 사무직은 70%가 넘는 질환 의심 비율을 보였다. 이들의 주관적 통증 호소율은 90%가 넘었다.
이는 자동차 부품 조립을 하는 제조업보다 높은 수치다. 제가 올해 발표할 논문에서 사무직과 제조업의 근골격계 질환비율을 비교해보니,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컴퓨터를 많이 쓰는 현대 사무직은 제조업보다 근골격계 질환 비율이 더 높았다."
- 하지만 여전히 '사무실에서 일하면 편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제조업이 서서 허리 숙여서 일하는 것이나, 사무직이 의자에 앉아서 허리 숙여서 일하는 것이나 일의 내용은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인식이다. '사무실에 편하게 앉아서 에어컨 나오는 데서 일하는데 뭐가 아프냐'는 것이다.
컴퓨터를 쓰는 사무직들은 고정된 자세로 일한다. 모니터가 고정돼 있고, 키보드도 같은 위치에 있다. 이렇게 되면 정적 피로가 쌓이게 된다. 학창 시절 벌 설 때, 팔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보다 팔을 계속 들고 서 있는 게 더 힘든 것과 같다. 몸을 움직이게 되면 에너지를 공급하는 혈액이 순환하게 되는데, 고정된 자세로 있으면 혈액 순환이 잘 안 된다. 그러면 젖산이 빨리 쌓여서 피로가 빠르게 오게 된다. 정적 피로는 보이지 않는, 가장 무서운 작업 부하 중 하나다.
그럼 이런 인식이 왜 나왔느냐. 사무직을 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 간호사가 하는 일을 뭐라고 부르나. '의료 행위'라고 부른다. '일'로 취급을 안 하는 거다. 간호사들이 60~70kg 되는 환자를 들고 나르는 일은 제조업에서도 이뤄지지 않는 중량물 취급 작업이다. 제조업에서는 들 것 무게가 10~15kg만 돼도 도구를 사용한다. 이런 것을 노동으로, 일로 봐주지 않고 의료 행위로 본다. 사무직도 마찬가지다. 일이 아닌 '사무 행위'로 해석하니까 제조업과 자꾸 차이를 두게 되는 거다."
- 근골격계 질환 자가 진단법이 있나.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 부위는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등 신체 관절이다. 이곳의 인대, 근육, 연골, 신경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는 거다. 우선 관절 부위에 평상시 느끼지 못했던 통증이 있는지 확인해보라. 그 다음에는 관절 부위의 유연성이 떨어지거나 불편한지 유무를 판단해보라. 근골격계 질환에도 단계가 있다. 1단계는 아팠다가 조금 쉬면 나아지는 정도, 2단계는 일하는데 계속 아프고 밤에 자는데 통증이 있을 때, 3단계는 아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도 못하는 상태다.
'팔렌 테스트(Phalen's test)'라는 게 있다. 양 손등을 마주한 상태에서 아래로 손목을 꺾을 수 있는 데까지 꺾고 30초 동안 있어 보라. 손목 안에는 관이 있고, 그 안에 힘줄이 지나간다. 그리고 그 힘줄들 중앙으로 신경이 지나가는데 이것을 정중 신경이라 부른다. 이 신경이 바늘로 찌르듯 따끔따끔 아프면 손목관(터널)증후군이 있는 거다. 사실 근골격계 질환은 MRI를 찍어도 (증상이) 나오지 않는 게 무척 많다. 병원에서는 질환을 찾아내지 못했는데, 본인은 아프다. 통증은 있는데 드러나지 않는 게 근골격계 질환이다.
하루라도 근골격계 질환을 빨리 찾아 하루라도 빨리 치료하고 하루라도 빨리 통증을 유발하는 일의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 이 세상에 일이라는 게 존재하는 한 근골격계 질환은 없어질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천형'이다."
"업무 환경 개선, 사업주 입장에서도 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