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의 브래지어들기자에게 브래지어는 ‘답답한 속옷’이었다. 특히나 요즘 같은 여름에는 땀까지 차는, 아주 불편한 속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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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노브라'는 정말 편하고, 익숙한 것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노브라'의 의미는 그렇지 않다. 노브라는 민망하거나, 야하거나, 불편한 것이다. 이참에 그 시선에 저항해보고 싶었다. 노브라로 일상 생활을 한 뒤 체험기를 쓰겠다고 발제했다.
완벽한 노브라로 집을 나섰다. 집과 지하철역은 도보로 10여 분 정도의 거리. 그리고 지하철을 타면 회사까지 다시 10분. 총 20여 분의 짧은 출근길이지만, 마주치는 사람이 많았다. 집 앞까진 괜찮았는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노브라를 알아채지 못했다. 간혹, 기자의 몸을 별 생각 없이 쳐다보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노골적으로 바라보거나 불편한 기색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망했다. '난 당당하다, 원하던 거다'라고 스스로 생각해도, '누군가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하는 걱정과 부끄러움이 뒤섞였다.
패기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바람이 불면 티셔츠를 잡았다. 가슴의 모양이 더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일부러 어깨를 구부정하게 하고 다녔다. 그래야 노브라인 것이 덜 티가 났다. 선배 기자는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 기획은 한나절 만에 그만뒀다. 오후에 다른 취재를 나가면서 집에 들러 브래지어를 입었다. 그제서야 편안했다. '타인의 시선에 저항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내면의 시선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노브라에 노조 조끼, 부끄러웠다
"처음 몸자보 조끼를 입고 화장실 갈 때 민망하긴 했어요."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하이디스 해고노동자 이미옥씨가 말했다. 이씨가 입고 있는 몸자보 조끼는 노란색이었고, 문구는 빨간색이었다. 조끼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몸자보 체험'을 생각한 건 조끼가 노동자를 담아내는 상징적인 물건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또 조끼에는 대개 원색 계열의 문구가 적혀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런 노조 조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궁금했다. 이씨에게 부탁해 조끼를 빌렸다.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하이디스 노조의 몸자보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