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3살 된 나를 안고 계신 아버지는 29세였다. 오늘처럼 늙고 병들 줄 알고 계셨을까.
김혜원
"병원에서 아버님 아직 정신 있으실 때 자식들 다녀가라고 하네요. 고령이신데다 폐렴이 심해서 어떻게 되실지 모르겠다고..."
요양병원에 계시던 아버지가 심한 기침을 하시고 식사도 잘 못하신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러다 좋아지시려니 했다. 그런데 갑자기 종합병원으로 옮겨야 할 만큼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폐렴이 급격히 진행되어 위중한 상태가 되셨다는 것이다. 눈앞이 깜깜했다. 지난 달 뵙고 왔을 때만 해도 식사도 잘하시고 잘 걷고 웃고 하셨는데 갑자기 위중하다니...
"의사가 오시지 말래요. 병원에서 메르스 때문에 서울에서 온 보호자 면회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아버님한테도 좋지 않다고요." 다시 걸려온 올케의 전화. 딸들이 사는 지역이 서울이라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면회를 오지 않길 바란다는 거였다. 병원 측의 우려는 이해되지만 메르스도 아닌 폐렴으로 입원 중인 아버지가 위중한 상태고 더구나 언제 돌아가시지도 모른다는데 어떻게 아버지를 보러가지 않을 수 있을까. 남편과 나는 엄마를 모시고 아버지가 입원하신 부산 병원으로 향했다.
"니 아버지가 일 년이면 한두 번 심하게 기침을 해. 예전에도 그랬잖아. 늙은 호박에 장어를 넣고 푹 고아드리면 기침도 덜하고 여름을 잘 나는데... 기침한 지 한 달도 넘었다는데 병원 밥 먹고 그걸 이겨낼 수 있겠니. 노인네가 곡기를 끊으시면 금방 돌아가시는 거야... 아무래도 내가 집으로 모시고 와야겠다."마침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라 가족들의 면회는 일절 금지였고 기침이 심하셔서 식사는 전혀 못하시고 링거로 버티고 계신다는 아버지의 상태를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한 달 넘게 지속되는 기침에 체중은 20kg이나 줄고 신장과 심장 등 다른 장기에도 문제가 생겼다.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오신 강인한 체력의 아버지이지만 여든 둘의 고령에 노인들에게 치명적인 폐렴까지 왔으니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 요양병원 가신 지 6개월 됐지? 이제 모시고 와야겠다. 나도 이제 어느 정도 건강해졌고 병원에 더 두는 건 아버지에게 죄스러워서 안 될 것 같다. 아버지 모셔오면 내가 잘 해드려서 예전처럼 건강하게 해드릴 수 있어. 마누라 밥이 먹고 싶어서 저런지도 몰라."여든 둘의 아버지는 올해로 8년째 치매를 앓고 계신다. 다행히 조기 검진과 치료를 통해 치매의 진행을 늦추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길을 잃어 버리는 일은 다반사고 대소변처리부터 먹는 것, 입는 것, 잠자는 것, 고집 부리기, 욕하기, 화내기 등등 문제행동은 조금씩 늘어가는 상황이었다.
55년 함께 산 노부부, 6개월의 생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