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상상의힘
지금은 웬만한 시골길도 다 포장되어 풀도 살기 힘들고 땅이 터전인 두꺼비메뚜기도 살기 힘들어졌습니다. (33쪽)
따뜻한 남쪽에서만 사는 새노란실잠자리. 개발 몸살에 자그마한 연못과 둠벙들이 야금야금 사라지고 때만 되면 농약 세례가 쏟아지니 녀석들은 점점 보금자리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52쪽)빠르기를 줄이지 않고 무시무시하게 내달리는 자동차 바퀴에 다시금 짓밟히면서 힘없이 바람 따라 구르는 나비를 바라봅니다. 자동차가 나비를 밟을 적에는 아이하고 함께 그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말았습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습니다.
주검이라도 건사해야겠다고 찻길로 들어섭니다. 그런데 나비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가느다란 다리를 그야말로 가늘게 떱니다. 에그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나비 날개를 살며시 쥐고는 천천히 길가로 옵니다. 풀밭으로 나비를 옮깁니다. 나비 날개에는 자동차한테 밟힌 자국이 굵게 새겨졌습니다.
나비는 자동차에 치이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나비는 자동차한테 밟히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꽃을 사랑하는 나비는 풀과 나무가 꽃가루받이를 해서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면서 저도 맛난 꿀이랑 꽃가루를 조금씩 얻으려고 태어납니다. 나비는 온갖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기쁘게 지켜보면서 제 아름다운 날개를 팔랑이면서 바람을 타고 놀려고 태어납니다.
살짝수염벌레는 영지를 주식으로 삼는 딱정벌레 식구입니다 … 아이러니하게도 직접 키우면서 연구해 보니 살짝수염벌레는 몸에 좋다는 불로초를 먹는데도 한 달을 채 못 삽니다. (76, 78쪽)도시마다 봄이면 얼마나 살충제를 뿌려대는지 개나리잎벌이 씨가 다 마를 지경입니다. 개나리잎벌이 죽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녀석이 사라지면 도시에서 개구리나 새도 보기 힘들어집니다. 개나리잎벌 애벌레가 활동하는 시기는 새들이 낳은 알에서 새끼 새들이 깨어나 자라는 시기와 맞물립니다. (113쪽)정부희님이 쓴 <곤충들의 수다>를 읽다 보면 '농약'하고 '살충제'를 걱정하는 이야기가 자꾸자꾸 나옵니다. 천연기념물이 된다 한들, 아무리 씨가 말라서 더 찾아보기 어렵다 한들, 시골사람은 농약을 자꾸 쓸 뿐이고 도시사람은 살충제를 자꾸 쓸 뿐입니다.
시골사람은 남새 아닌 풀이 자라지 않기를 바라면서 농약을 쓰고, 도시사람은 벌레가 생겨서 꼬물거리는 꼴을 볼 수 없다면서 살충제를 씁니다.
그런데, 벌하고 나비하고 개미하고 온갖 벌레가 없이 꽃가루받이를 어떻게 할까요? 벌이나 나비나 개미나 벌레가 없이 어떻게 꽃가루받이가 될까요?
사람이 나락꽃을 하나하나 건드려서 꽃가루받이를 해야 하나요? 사람들이 보리꽃이나 밀꽃을 하나하나 흔들어서 꽃가루받이를 해야 할까요? 고추꽃도 깨꽃도 사람들이 하나씩 손으로 꽃가루받이를 해야 할까요?
오이밭이고 참외밭이고 토마토밭이고 능금밭이고 포도밭이고 모두 똑같습니다. 온갖 벌과 나비와 개미와 벌레가 있어 주어야 꽃가루받이가 되면서 열매를 맺습니다. 벌레가 조금, 때로는 제법 많이 갉아먹더라도, 이 벌레는 사람하고 함께 살려고 열매를 나누어 먹습니다. 이 대목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이 지구별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멀리 보고 크게 보면, 생태계에서 곤충과 초식동물은 결코 자신의 밥인 식물을 죽이지 않습니다. 오리나무잎벌레 또한 자신의 밥인 오리나무를 다 먹어치워 죽였다간 자신도 굶어죽을 건 뻔하기 때문이지요. (127∼128쪽)된장잠자리가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에 날아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일본이나 중국까지도 날아가고 심지어 태평양을 건너기도 합니다. (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