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빛 나르샤작약
이영미
이영미 작가의 '꽃'은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아 물감으로 그려진 붉은 작약 앞에 코를 대어 보게 한다. 작품 앞에 서면 활짝 피어오른 꽃의 기운에 취해 어질할 정도라니 과연 그것은 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기에 그런 것 같다.
여러 날을 살아오면서 여전히 꺾지 않았던 꿈과 사랑과 자유가 있었다. 향기 있는 삶을 살고자 늦게 붓을 잡았으나 향기는 없었다. 어느 날 창가에 앉아 햇살받은 꽃을 보다가 그렇게 찾던 자기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날 그 순간, 숨이 멈춰 버릴 것 같았다고 한다.
이영미 작가는 가슴속에 다이너마이트 같은 열정을 품은 사람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꽃 망울을 터뜨리고 나서야 사그라진다. 수채화 작업만 10년이 넘었으니 종이 위에서 물이 흐르고 마르는 것을 잘 이용해야 원하는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업은 고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꽃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작가의 얼굴 속에 한 떨기 탐스런 작약이 보이니 이것을 뭐라 설명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