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베틀북
나는 어느새 '내 맨손'에 과자를 한 점 올려놓고 아이한테 내밉니다. "자, 너도 받으렴." "뭔데요?" "잘 봐. 모르겠니?" "뭘까?" "과자야. 너도 같이 먹자." "아, 맛있는 과자로구나. 고맙습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즐겁게 '비었으나 가득한 손'으로 무엇이든 나눕니다.
"좀 더 싼 것은 없을까요?" "어느 정도 가격을 생각하시나요?" "음, 이 정도요." 밀리는 아저씨에게 지갑을 보여주었어요. 그런데 지갑 속이 텅 비었지 않겠어요? "흠, 어디 보자." 아저씨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어요. (5쪽)기타무라 사토시 님이 빚은 그림책 <밀리의 특별한 모자>(비룡소,2009)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그야말로 '남다른 모자' 이야기가 흐릅니다. 어떤 모자인가 하면, '꿈꾸는 사람'한테만 보이는 모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생각하는 사람'만 볼 수 있는 모자라고도 할 만합니다.
꿈꾸지 않는 사람은 못 보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안 봅니다. 꿈꾸는 사람이기에 어떤 모자이든 아름답게 쓸 수 있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언제 어디에서나 새로운 모자를 쓸 수 있어요.
아저씨는 상자에서 조심조심 모자를 꺼내 밀리에게 씌워 주었어요. 모자는 밀리에게 꼭 맞았어요. "고맙습니다. 마음에 쏙 들어요." 밀리는 지갑에 있는 것을 몽땅 아저씨에게 주었어요. (6쪽)그림책 첫머리에 보면 '밀리'라는 아이는 모자 가게에 찾아갑니다. 마음에 드는 모자가 있는데 밀리한테는 돈이 없습니다. 모자 가게 아저씨는 밀리 지갑을 보고는 한참 생각에 잠깁니다. 이러다가 멋진 상자를 하나 가지고 오지요. 그러고는 상자를 열어 밀리 머리에 씌워 줍니다.
'돈이 없는 아이'한테 모자 가게 아저씨는 어떤 모자를 주었을까요? 밀리는 모자 가게 아저씨가 건넨 모자가 아주 마음에 든다면서 '지갑에 있는 것을 몽땅' 주었다고 해요.
그런데 말이지요, 밀리 지갑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돈'은 한푼도 없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