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묻고 또 물으면서 헤쳐나간 여행.
이승숙
수첩에는 사전 조사를 해온 내용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충칭을 다녀온 사람들에게서 얻은 정보들이다. 공항을 나와 왼쪽으로 조금 가면 지하철 타는 곳이 나온다고 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그 많은 사람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조금 전까지 보이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길을 잃어버린 아이가 된 듯 막막했다.
두 달 배운 중국어를 시험해 볼 기회가 왔다. 말을 배우기로는 이보다 더 나은 환경이 있을까. 온 천지에 중국말 하는 사람들뿐이니, 그야말로 중국말로 샤워를 하는 셈이다.
친절할 것 같은 사람을 물색한다. 첫 번째 사람은 그냥 보낸다. 아직 말 붙일 준비가 안 됐다. 두 번째 사람도 건너뛴다. 어째 인상이 편하지가 않다. 세 번째 사람에게 말을 붙인다. 왠지 내 말을 들어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워 쓰 한꿔런(我是韓國人)."
청년이 긴장하며 멈춰 선다.
"워먼쓰한꿔런. 우리는 한국 사람이에요. 우리는 중국말을 잘 못해요."애써 중국말을 해보지만 내가 하는 말은 어린 아이들 말과 진배 없었을 거다. 그래도 일단은 말을 붙였으니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