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함지뢰 도발 사건 국방부 대응 질타하는 유승민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 4일 발생한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과 관련, "사고 발생 48시간 이후에 합동 현장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질타하고 있다.
유성호
유승민 의원 "대통령이 언제 보고를 받았나. (중략) 전날 지뢰 사고가 터졌는데 8월 5일, 그 다음 날 세 가지 아주 중요한 사건이 있었는데 조사는 8월 6일 날 이뤄진다. 이거 좀 이상하다. 어떻게 된 것인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사고가 나고 바로 현지 군단 조사단이 8월 4~5일 조사를 했고 8월 4일 늦게 북한의 목함지뢰에 의한 도발이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그런 사실이 다 (청와대에) 보고가 됐다." - 2015년 8월 12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또 유승민 의원이 중요한 발언을 이끌어냈다. 여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중진임에도 국방장관을 향해 날을 세웠다. 질의에 나선 유 의원은 "장관은 언제 지뢰 사고 보고를 받았는지"를 물었다. 이어 "대통령은 언제 보고를 받았는지"를 물었다. 이에 국방장관은 자신이 보고하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대답했고 유 의원은 "대통령은 누구에게 보고를 받는가"를 물었다.
지난 12일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 영상회의록에 등장한 유 의원이 국방장관을 향해 단순한 내용을 물었다. 그가 알고 싶어 한 내용은 '박근혜 정부의 시스템'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언제 보고를 받았고, 누가 보고를 했고 하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시스템'에 관련된 것이다.
시스템이 어떻길래 '북의 도발이 8월 4일 오전에 있었는데 어떻게 대통령이 다음날 경원선 기공식에 참석했고, 통일부 장관은 고위급 회담을 제안할 수 있었나' 하는 의구심이 포함된다.
실제 지뢰 도발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5일, 박 대통령은 철원의 DMZ인근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기공식에 참석해 "DMZ는 'Dream Making Zone(꿈이 이루어지는 지대)'"이라며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남북 화합의 길로 동참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뢰 도발을 알고도 남북의 화합을 제안했다면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북한이 의심할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보수세력들의 거센 비판을 받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 의원이 물은 것처럼 대통령이 보고받은 시점이 중요하다. 국방장관의 말처럼 8월 4일에 보고받은 것인가.
국방장관의 국회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또다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기자들 앞에 섰다. 5년 전 장면과 동일하다. 청와대 외교안보 관계자들은 기자실을 찾아 "한 장관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국방부가 4일 보고한 내용은 'DMZ에서 미상의 폭발사고로 부상자 2명이 발생했다는 상황보고였고, 북한 목함지뢰에 의한 도발로 추정된다는 보고는 5일 오후에 있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가 장관의 발언을 정면에서 뒤집은 것이다.
국방부도 같은 날 저녁 해명자료를 내고 "(한 장관이) 기억에 의존해서 발언하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국방부는 자신의 조직장을 '셀프 디스' 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행적을 옹호한 셈이 됐다.
입다문 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