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사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산토스
임윤수
산토스가 한국말 실력을 내보인 건 처음만나 얼마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자동차로 목적지까지 가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니 미리 용변을 보라는 안내를 했습니다. 남자라면 가는 도중에라도 차를 멈추고 대충 해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한국인 정서로 봐 그렇게 하기가 조금 곤란하니 '조금씩 싸서 말려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출발하기 전에 모두 해결하고 오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산토스는 서울대학교에서 8개월간 한국어 교육을 받았고, 그 후 두 차례정도 더 한국으로 들어와 공부를 했다고 했습니다. 산토스에게 한국어를 공부하는데 있어 제일 어려운 게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받침과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원하다'는 말을 예로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갔습니다. 아버지는 물이 뜨거운 온탕에 들어가 '어! 시원하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시원하다'고 하는 말을 정말 시원(cool)한 것으로 생각해 물로 풍덩 뛰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시원한(Cool)한 물이 아니라 아들에게는 너무 뜨거운(Hot) 물이었습니다. 화들짝 놀란 아들이 물 밖으로 후다닥 뛰어 나오며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는 말로 '시원하다'는 말이 용도와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경우를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