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말라" 교장이 장애학생 학대 신고 막았다?

특수교사 "아동학대 신고 막았다"... 교장 "막은 적 없다"

등록 2015.08.12 08:58수정 2015.08.1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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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의 가정폭력 피해를 인지한 특수교사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려하자, 학교장이 지속적으로 신고를 못하게 해, 해당 학생이 추가 학대를 당하고 해당 특수교사는 아동학대 의무 신고 위반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해당 특수교사는 인천시교육청에 교장의 부당한 지시를 문제제기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을 냈다. 하지만 이 민원을 조사한 서부교육지원청은 해당 교장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부실 조사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시사인천>에 제보된 내용을 정리하면, 인천 계양구 A초교 특수교사는 일요일이었던 지난 5월 17일 지적장애가 있는 학생 B양의 사진을 보고 B양이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이 특수교사는 즉시 교감에게 전화로 보고하고 다음날 보건교사와 함께 교장과 교감에게 아동 학대 의심으로 신고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교장은 '신고하지 말고 학생의 상태를 확인하라'며 가정방문을 지시했고, 이에 특수교사는 B양 담임교사와 집을 방문했다. 집에서 어머니를 못 만난 두 교사는 교장실에서 교장과 교감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교장과 교감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고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교사·아동복지 전담 공무원·의료인·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은 아동 학대 범죄를 알게 되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돼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6월 9일에도 아동학대 의심 증상 발견

신고 이후 계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나왔지만, B양의 아동 학대에 관한 신고가 이전에 전혀 없었고 B양이 '넘어져 다쳤다'고 진술해, 사건은 종결됐다.


이와 관련, 해당 특수교사는 "교사는 아동 학대 의심이 있는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법적으로 정해졌는데 교장은 '학대가 아닐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를 잘 키우려고 노력하려는 가정을 왜 파탄 내려 하느냐. 아이를 키우다보면 때릴 때도 있고 그런 것이다, 가정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라고 하며 매우 질책하고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줬다"며 "결국 교장이 사유서까지 쓰게 했다. 학대 피해 아동의 보호를 위해 법적인 의무를 다했는데 돌아온 건 사유서뿐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해당 특수교사와 보건교사는 6월 9일에도 학생 3명에게서 아동 학대 의심 증상을 발견했다. 이 학생들은 모두 남매지간이었다. 이에 특수교사는 아동보호기관에 바로 신고한 뒤 교감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이를 전해들은 교장은 본인에게 대면 보고하지 않고 신고했다며 특수교사를 30분 넘게 강하게 질책했다.


결국 아동 학대 상황이 인정돼 삼남매는 부모로부터 강제 분리됐지만, 교장은 그 후에도 계속 특수교사에게 "교장을 허수아비로 안다, 가정이 중요하지 신고가 능사는 아닌데 똑똑해서 신고밖에 모른다"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그런데 지난 7월 20일, 해당 특수교사는 B양의 얼굴에서 학대 의심 상처를 다시 발견했고, 오랜 대화 끝에 B양으로부터 어머니에게 맞았다는 진술을 들었다. 담임교사와 교감에게 이를 보고한 후 교장을 만나 상처 사진을 보여주고 신고하겠다고 했으나, 교장이 말려 결국 신고하지 못했다.

다음날 특수교사는 교감에게서 '이번 일을 그냥 덮자'는 이야기를 들었고, "전화해서 어머니에게 물어봤을 경우 '때리지 않았다'고 하면 어쩔 것이냐"는 핀잔을 들어야했다.

"학생 지키지 못했단 죄책감에 매일 밤 시달려"

심한 압박으로 신고를 망설이던 특수교사는 며칠 뒤 B양이 또 다시 학대를 받아 아동보호기관에 입소하는 등 어머니와 강제 분리됐다는 공문을 발견했다. 얼마 뒤에는 신고 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양경찰서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해당 특수교사는 "7월 20일 사건 시 신고했더라면 B양이 다시 학대를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또 학대를 당했다"며 "학생을 학대에서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죄책감에 매일 밤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초교 교장은 "성폭력 사건이나 아동 학대 사건은 항상 바로 신고해야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왔고, 신고를 못하게 한 적은 절대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7월 20일 건은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가서 다음날 사실관계를 확인하려했던 것"이라며 "교사들과 협의해서 22일 아동 학대 예방 관련 가정통신문을 보냈고, 신고를 안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상황이 그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특수교사는 지난 4일 인천시교육청에 '아동 학대 신고 의무 미온적 대처 관리자에 대한 조치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민원을 제출했다.

하지만, 민원을 조사한 서부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지난 7일 '교육청에선 학교 방문으로 교장·교감에게 민원인의 마음을 충분히 전달했고, 앞으로 특수교육 전문 지식을 가진 민원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속한 신고 의무를 이행할 것을 다짐받았다. 교사로서 마음이 많이 힘들겠지만, 학교와 교육청의 노력을 믿어 달라. 특수교육 대상 학생 인권보호 상설모니터단과 A초교를 수시로 방문해 학생들의 인권 보호를 점검하고 교사와 관리자들이 학생 인권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으며, 교장에겐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서부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최선을 다해 조사했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민원 처리 결과에 대해 민원인도 만족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해당 특수교사는 "아직도 학교 현장에는 교장의 말 한마디에 신고를 두려워하는 교사들이 많을 정도로 권위적인 학교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을 유발한 교장에 대해 교육청이 강력히 조치하고 모든 학교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B양 학대 의심 사건을 조사 중인 계양경찰서는 일부 증거를 확보했으며, B양 어머니는 학대가 아닌 훈계 차원의 행위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아동 학대 #인천 계양구 #특수교사 #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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