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강정효서울 중구 스페이스선+에서 강정효 작가의 '할로영산 바람웃도'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변경혜
그의 말처럼 돌과 바위에는 표정이 살아있다. 눈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턱이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입은 비틀어져 있다. 그 표정들을 담아내기 위해 작가는 백록담 벼랑에서 아슬아슬하게 달라붙기도 했고, 같은 장소를 수없이 찾기도 했다.
하지만 흑백사진의 거친 질감처럼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제주역사를 돌아보며 말하는 강 작가는 "어떻게 표정이 밝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섬이 파헤쳐지고, 곳곳이 훼손되고 있다, 화산섬의 독특한 제주지형에서 제주인이 만들어낸 제주돌담은 바람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더불어 사는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것이 제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중하기에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하지만,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기에 가치가 있는 것처럼 말한다"라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주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끊어진 듯 이어져 그 길이만 2만200여㎞에 달해 '흑룡만리'(黑龍萬里)라는 별칭을 가진 제주돌담은 지난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4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세계 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또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독특한 지형으로 지난 2007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제주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제주에 관한 관심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두달, 1년 정도 제주에 머물며 제주를 담아냈다고 하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제주의 겉모습만 담아내니, 오류도 많아 아쉽다. 제주의 역사와 제주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기록해야 하는 이유다."강 작가는 15년간 기자생활을 해왔고 <제주는 지금>(1991), <제주거욱대>(2008) <화산섬 돌이야기> <대지예술 제주>(2013년)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내며 대학에서 강의와 함께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 중구 삼청로에 위치한 스페이스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진전시회는 무료로 볼 수 있으며 오는 16일 일요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