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과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이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과 관련, 국정원 경찰 배제 의혹에 관한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남소연
경찰과 소방당국의 태도는 당당했다.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들은 국가정보원 해킹프로그램 담당 직원인 임아무개씨의 자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일정 정도의 성과는 있었다. 앞서 국회 안행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임씨가 지난달 18일 자살 당시 사용한 번개탄을 구입했다고 알려진 가게에서 해당 번개탄을 팔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곧바로 임씨가 동명의 다른 가게에서 번개탄을 구입한 CCTV 기록을 근거로 제시했고, 정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국정원 개입 의혹은 여전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3가지 의문점이 완벽하게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문점①] 왜 임씨 배우자는 119에 신고했나?국정원이 임씨의 배우자에게 경찰이 아닌 소방당국에 신고토록 지시한 이유를 두고는 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배우자가 경찰에 실종자 수색을 요청했다가 '신고취소→취소확인→재신고'를 반복한 점에도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국회 정보위원회에 따르면, 국정원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18일 오전 9시께 임씨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119에 신고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배우자는 경기 용인 동백 119안전센터에 직접 들러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당시 소방관이 경찰에도 신고할 것을 권유하자, 바로 옆에 있는 동백파출소에도 신고했다.
그러나 임씨의 배우자는 112에 다시 연락해 "남편이 갈만한 데를 한번 가보겠다"라며 신고를 취소했다. 그는 "신고가 취소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재차 확인 전화를 걸기도 했지만, 오전 11시 51분께 또 다시 112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로부터 4분 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빨간 마티즈 차 안에서 임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수색단계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배우자는) 자택 바로 옆에 용인동부경찰서가 있는데도 굳이 동백 119안전센터에 먼저 들러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라며 "경찰이 의도적으로 배제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 사건의 본질은 구조 요청이므로, 소방이나 경찰 중 먼저 접수받은 쪽에서 (구조에 나서는 게) 상례"라면서 "신고자가 직접 찾아보겠다고 해서 즉시 출동하지 않았을 뿐이지 (경찰이) 배제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경찰이 사실상 수색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배경은 향후 국가 정보위를 통해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문점②] 왜 국정원 직원은 수색 현장에 계속 나타났나?사건 당일 임씨 수색에 나선 소방당국은 '동료 직원'이라고 밝힌 국정원 직원이 계속 현장에 나타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국정원 직원과 수색 과정에서 나눈 대화 내용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국정원 직원이 처음 등장한 시각은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10분께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용인 화산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회의 중일 때 나타났다. 당시 소방대원들은 국정원 직원과 잠깐 대화를 나눈 뒤, 각자 흩어져서 임씨를 함께 찾아보기로 했다. 국정원의 수색 작업에 사실상 합류한 것이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은 소방대원이 임씨를 발견하기 전부터 사건 현장 주변을 계속 왕래했다. 이후 오전 11시 55분께 임씨의 시신을 발견한 소방당국은 국정원 직원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국정원 직원은 8분 후인 낮 12시 3분에 도착해 현장 주변을 점검했다. 경찰이 사건 현장을 수사하기 전이다.
박남춘 새정치연합 의원은 "(소방당국이 임씨의 시신을 발견했을 당시) 경찰은 오지 않게 하고 국정원 직원이랑 먼저 상의했다"라며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따돌림당하는 나라가 정상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