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 최초 음반 딱지. 인쇄 오류로 박인환이 '박헌환'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준희
현인의 경우 1959년에 <세월은 가고>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유성기음반이 실제 확인되므로, 지금까지는 현인 최초 녹음설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인정되어 왔으나, 최근 그보다 시기가 훨씬 앞서는 나애심 녹음 유성기음반이 발견되면서 그간의 혼란이 결국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나애심의 유성기음반은 신신레코드에서 발매된 것으로 음반일련번호가 S438인데, 같은 음반사에서 발매한 S447 <마닐라 무역선>, S448 <삼국지> 같은 노래가 1956년 9월 이미 발표되어 있었으므로, <세월의 가면>의 발표 시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1956년 4월 중순에 간행된 주간지 기사에서 "여배우이며 가수인 나애심양이 자진 부르고 싶다고 해서 그 후 나양의 오빠인 작곡가 전오승씨의 편곡지휘로 서울방송국을 통해서 방송하는 동시에 레코드에 취입하게 되었다고 한다"는 대목이 확인되기도 하므로, 이번에 발견된 나애심의 음반은 대략 1956년 5월 전후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박인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음반의 상업적 성공으로 연결시키고 싶었을 음반회사 입장에서 보면 최대한 서둘러 발매하는 것이 당연했다고 할 수 있다.
<세월이 가면>은 나애심의 첫 번째 음반 이후 여러 가수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거듭 녹음해 발표했다. 1959년 현인 곡 외에 1968년 현미 곡, 1972년 조용필 곡, 1976년 박인희 곡 등이 잘 알려져 있는 경우이다. 하지만 1956년 창작 당시의 가사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은 역시 나애심의 녹음이다. 다른 곡들은 일단 제목부터 <세월은 가고>, <세월은 가도> 등으로 원작과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원작 가사 일부를 통째 들어내기도 했다. 반면 나애심의 곡은 조사 한 군데를 제외하고는 박인환의 가사와 그대로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