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학회 사무국에 취업시킨 제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수년간 가혹행위를 일삼은 대학 교수가 경찰에 구속됐다.
연합뉴스
고문과도 같은 폭력 행위만 나열했다면 <그것이 알고싶다>는 연성화된 다른 시사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었을 터.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인분 교수 사건이 알려진 후 제보를 받았던 제작진은 피해자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추가 취재를 벌인다. 이로써 '권력자' 장 교수는 어찌하여 '괴물'이 됐는가에 접근하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장 교수는 교수라는 직위와 업계 1인자라는 권위가 결합된 폭력 성향의 권력중독자였다. 그의 성향을 완성시킨 요소는 '한국디지털디자인협의회 회장직'과 지난 2009년 정부가 수여한 '대한민국 근정포장'. "디자인이 꿈이었다"라던 피해자가 그에게 굴종할 수밖에 없었던 두 타이틀이다.
15년 동안 강남대 교수로 재직한 그는 제자들을 협회 일에 동원했다. 장 교수는 2006년 이래 올해까지 한국디지털디자인협회장 직을 맡아왔다. 여타 교수직까지 좌지우지하는 업계 1인자인 그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힘을 누려왔다. 그의 폭력 성향을 감지한 이들은 그의 영향력 때문에 관련 사실을 쉬쉬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 정점은 아마도 정부가 준 근정포상이었을 것이다.
악행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사회장 교수의 폭주하는 폭력을 막을 수는 없었던 걸까.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취재를 거부하는 공범 3인과 그의 가족, 피해 정도는 비교적 경미했으나 장 교수와 함께 일하며 폭력을 경험했던 이들 그리고 겉으로는 신사적인 성격이었다던 장 교수의 권력에 빌붙었거나 동조했던 업계인들을 드러낸다. 여기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안의 공범 의식'이 지워버리고 뭉개버리는 '인권'이라는 이름의 권리와 희망이다.
6~7년 전 장 교수에게 폭력을 당하고 디자인 업계를 떠났다던 제보자조차 "그때 고소해버릴 걸, 지금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현실 앞에서 '인권'은 머나먼 이야기일 수 있다. 특히 '나도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일념으로 반인권적인 상황을 감내하는 '교수 사회' 먹이사슬 속 하층 계급의 상황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안의 공범 의식'을 들먹이며 쉽사리 그 하층의 누군가를 단죄할 수 없는 구조의 문제가 있다.
장 교수의 권력은 생각보다 더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새누리당 정책자문위원이라는 점은 이미 알려졌고, 새누리당 역시 "이름만 건 명예직"이라면서 관련성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이 2014년 일어난 1000만 원 횡령 사건의 주범이었던 장 교수를 가벼운 벌금형에 처한 점(다른 관련자들은 실형을 구형받았다), 이것이 '근정포상'으로 대변되는 권위를 감안했다는 점은 더 큰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훨씬 악랄하고 거대한 괴물은 사회가 키우는 법 아닌가.
그런 점에서 피해자에게 장 교수의 악행을 폭로할 수 있는 힘을 줬던 이가 직장 동료도, 친구도, 가족도 아닌 함께 일했던 식당의 동료 직원이었다는 점은 곱씹을 만하다. 피해자의 상황을 다소 먼 곳에서 바라보며 상식적인 상황이 뭔지, 대처 방법이 뭔지 알려줬다.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앓고 있다던 피해자에게 필요한 사회 구성원들의 도움 아닐까.
"방송과 처벌을 통해 모든 사람의 한이 풀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