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학교 명문고 만들기라는 신기루 아래 그들은 성폭력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삶 전반에 걸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벌점제와 퇴학이라는 괴물의 그림자.
오마이뉴스
[기사수정 : 10일 오후 3시 12분] 서울의 한 공립 고교(아래, ㄱ고교)에서 벌어진 낯 뜨겁고 끔찍한 성폭력 사건이 논란이다. 남자 교사가 동료 여교사를 상대로 성추행하고, 여학생들에게는 성희롱 발언을 지속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 학교에는 또 다른 괴물이 있다.
신설 학교 명문고 만들기라는 신기루 아래 그들은 성폭력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삶 전반에 걸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벌점제와 퇴학이라는 괴물의 그림자.
성폭력 논란 서울 ㄱ고교, 개교 2년 만에 학생 74명 자퇴2012년 12월 27일 설립한 ㄱ고교는 이듬해인 2013년 3월 4일, 아직 개교식도 하지 않은 채 291명을 첫 신입생으로 맞이했다. 이들이 올해 3학년인 학생들이다. 개교식은 입학식보다 한 달 이상을 훌쩍 넘겨 그해 4월 25일에 치렀다. '창의적이고 건강한 민주인'이라는 멋진 교훈도 만들었다. 그리고는 악몽이 시작됐다.
교육부 학교 정보 공시 자료에 따르면, ㄱ고교에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 동안 무려 74명(2013년 22명, 2014년 52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자퇴(퇴학)했다. 학급당 3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3학급에 가까운 학생들이 자퇴(퇴학)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떠나야 했던 것이다.
2013년에 입학한 학생들 중 첫해에 22명, 이듬해에 24명이 학교를 떠났다. 46명이 2년 사이에 학교와 결별한 것이다. 2015년 자료는 아직 학교 측이 정보 공개를 하지 않아 확인할 수가 없지만 2015년 학업 중단 현황까지 합하면 이들의 숫자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자퇴로 내몰려 학교를 떠나는 데는 '별점제'라는 여의봉이 있었다. 한 보도에 따르면, ㄱ고교는 수업 중에 방귀를 뀌거나 하품을 해도 학생들에게 벌점을 부여했다고 한다.
이 학교의 '학생생활지도 규정(아래 생활규정)'에는 벌점제가 명시돼 있고 벌점에 해당하는 항목이 36가지나 있지만 방귀나 하품에 벌점을 줄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벌점제를 해당 교사의 자의적인 판단과 기분에 따라 범위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여의봉처럼 악용하는 사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생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벌점이 쌓이면 학생은 수상이나 진학에 불이익을 받게 되고 학교 측은 이를 빌미로 학생에게 자퇴를 가장한 퇴학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이 같은 방법은 신설 학교에서 더욱 극성으로 잔인하게 벌어진다. 신설 학교를 '명문고'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군기를 바짝 잡아야 한다. 명문고를 향한 학교의 방침이나 생활규정 등에 순종하지 않고 저항하거나 어기는 학생은 '털어내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들은 명문고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아주 흔하다. '(명문고를 지향하는) 신설 학교→ 학생 군기 잡기→ 벌점제 활용→ 퇴학'으로 이어지는 관행은 아주 오래된, 못된 습성이다. 특히 학년 초나 학기 초에 한 학급 이상의 학생들을 '잘라서' 본보기를 보이는 학교들도 여럿 있다. 학교규정으로 벌점제를 명시하고 법으로 '퇴학'을 보장하고 있으니 학교는 규정과 법대로 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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