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연합뉴스
"내년부터는 나라에서 대출도 제대로 안해준다던데...집값 떨어질 것"이번에 나온 정부 가계부채 대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확대다. 그동안에는 빚 내서 집을 살 경우 주택 구매자가 상당한 거치기간동안 이자만 낼 수 있었는데 내년부터는 이 기간을 1년 정도로 줄이고 그 이후에는 원금도 같이 갚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월 수입이 한정되어 있는 서민들은 사실상 주택 대금으로 돈을 빌릴 수 없다. 불과 1년 전에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를 완화하며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을 권장했던 정부가 갑자기 정반대 입장으로 돌변한 셈이다.
정부가 사실상 주택구입을 권장한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반등을 거듭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2.68% 올랐다. 그러나 대출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내년부터는 지금과 같은 오름세가 유지될 거라고 보기 어렵다.
7일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서 만난 전세 세입자들은 막막함을 감추지못했다. '살 집'을 구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세 매물은 구경하기 어려운데다, 아파트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로 올라있는데 그걸 이 시기에 사기는 부담된다는 것이다.
전셋집을 알아보러 왔다가 기자와 마주친 은평구 주민인 박규식(37)씨는 "2년 전에 비해 거의 배 가까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가 '대출 받아서 집 사는 것은 생각 안 해봤냐'고 묻자 "지금이 상투(최고점) 인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내년부터는 나라에서 대출도 제대로 안 해준다는데 서민들이 요즘 같은 불경기에 집을 살리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내년부터는 신규 주택구매가 떨어질 것이니 '지금 사면 손해'라는 인식이다. 그는 "저도 아파트 사려고 계산해봤는데 필요한 대출을 받으면 한 달 이자만 70만 원이 넘어가더라"면서 "서민 입장에서는 그렇게 빚내서 산 아파트 가격 떨어지는 것만큼 난감한 일이 또 없다"고 말했다.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유 아무개(38)씨는 올 하반기에 아예 고양시 행신동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유씨는 "직장 통근시간은 20분 정도 더 늘어나는데 다른 방도가 없으니까 울며 겨자먹는 식으로 그쪽에서 전세를 구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구한 15평짜리 아파트 전세 가격은 약 1억 8000만 원. 그는 "처음에는 어떻게든 서울 안에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막상 전셋집 보러 갔더니 집 상태가 좋아서 지금은 만족한다"면서 "경기도만 가도 아직 전세 매물이 꽤 있고 가격도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여론은 최근 통계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 7일 부동산 사이트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오르는데 그쳤다. 전주 상승률인 0.12%보다 오름세가 다소 둔화됐다. 매매가 오름세가 주춤하면서 전세 가격도 서울 전 지역에서 상승폭이 좁아진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