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짝물에 온몸을 담그고, 나무그늘을 올려다본다.
최종규
도시는 시골에서 거둔 곡식과 남새, 열매를 먹고 버팁니다. 도시는 시골에서 뽑아낸 자원을 쓰면서 살을 찌웁니다. 도시는 받아들인 먹거리와 자원을 쓴 뒤 어마어마하게 많은 쓰레기를 내놓는데, 이 쓰레기는 으레 도시 바깥 시골에 매립지를 마련해서 파묻습니다.
도시 사람은 시골 사람이 거둔 것을 먹어야 목숨을 이어갑니다. 그런데도 발전소와 송전탑, 매립지와 공장은 으레 시골에 짓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시골에서 거둘 곡식과 남새와 열매는 얼마나 싱싱하거나 튼튼할까요?
아파트 옆에 핵발전소나 송전탑을 건설하지 않습니다. 논밭과 숲과 바다 옆에도 핵발전소나 송전탑을 쉽게 건설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와 놀이터 옆에 쓰레기매립지를 설치하지 않듯이, 시골 마을과 들판에 쓰레기매립지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골짜기에서 놀 수 있는 까닭은 골짜기 물이 맑고 싱그럽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마을 어귀 빨래터에서 물이끼를 걷으면서 놀 수 있는 까닭은 맑고 시원한 샘물이 늘 흐르기 때문입니다. 골짜기에서 놀다가 버섯을 따기도 합니다.
골짜기 물에 두 손을 담가서 예쁜 돌을 주워서 놀다가 다시 조약돌을 물 속에 던져 놓습니다. 시골 사람이 마을에서 편안하게 일하고 놀 수 있을 때, 도시 사람도 휴가철을 맞이해서 시골로 기쁘게 나들이를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숲바람을 함께 느끼면서 사랑스러운 삶을 되새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