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자리 감독, 작가가 모여 만든 이 시대 최고의 멜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우노필름
원조 로맨틱 가이 한석규와 첫사랑의 아이콘 심은하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와 같은 달콤한 로맨스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최고의 멜로 영화로 손꼽힌다.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정원(한석규 분)은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심은하 분)을 만나게 되고 차츰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밝고 씩씩하지만 무료한 일상에 지쳐가던 스무 살의 다림도 단속차량 사진 때문에 드나들던 사진관 주인 정원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다.
"아저씨. 사자자리죠? 생일이 8월 아니에요? 사자자리가 나랑 잘 맞는다고 하던데..."요즘 말로는 '썸'만 타다 끝나지만 스무 살의 다림은 사자자리 운운하며 정원에게 굉장히 적극적이다. 권력의 맛을 잘 알고 있는 사자자리는 사랑에 있어서도 주도권 쟁취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화는 대개 감독과 주인공의 성향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종합예술인 영화는 공동의 작업이지만 감독의 가치관이 가장 중요하다. 주인공은 그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캐스팅될 뿐 아니라,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를 연구해 시나리오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작가와 원작자의 성격도 중요하다. 허진호 감독은 1963년 8월 8일생으로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자자리의 성격과 사랑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사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든 허진호 감독, 시나리오를 같이 쓴 오승욱 감독, 조민환 프로듀서와 조성우 음악감독까지 모두 사자자리여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작진들의 자기 만족인가 생각하는데, 그게 바로 사자자리의 특징이다.
백수의 제왕 사자자리는 본인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야 하고 자기 만족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살지만 사자자리는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강렬한 자기표현·자기만족이 연애와 창조 그리고 예술로 이어지고, 연애와 사랑을 할 때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로맨스와 무드(분위기)를 즐기게 하는 것이다. 태양과 사자자리의 수호신 아폴론은 학예의 여신들인 무사이를 거느리며 음악뿐만 아니라 시와 연극, 무용, 역사와 천문학 등 예술 전반을 주관한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사랑이라는 미묘하고 복잡하며 아리송한 감정이 단순하고 해맑은 사자자리에게는 너무 버거운 것인지 사자자리의 사랑은 대체로 비극적이다. 아폴론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원의 마지막 내레이션처럼 아프게 끝나도 '사랑' 그 자체는 찬란하게 아름답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듯, 네메아의 사자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자자리는 죽어서 사랑을 남긴다.
웃고 있는 영정사진에서 시작된 이야기 <8월의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