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이호진(고 이승현군 아버지)씨가 쓴 <내가 사랑한 그 분, 인연>(이파르).
소중한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1일, 회사에 기자 이름 앞으로 책 한 권이 배달됐다. 문화부 혹은 도서 담당이 아닌 기자에겐 매우 생소한 일이다. 투명 비닐을 뜯어 책을 꺼내자 '인연'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아래엔 '이호진 지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도보순례 이후, '진도 팽목항~서울 광화문 삼보일배' 중에도 몇 차례 만났던 이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문자를 보냈다. "네~에 여름건강 조심하고요^^"라는 내용의 답장이 왔다. 곧장 책을 펼쳤다.
4일 출간된 <인연>은 세월호 참사로 아들 승현군을 잃은 이씨가 참사 이후, 특히 900km 도보순례를 하며 만난 '인연'들과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이씨는 그 인연들을 떠올리며 손수 적은 글을 모아 이 책을 완성했다.
책에는 지난해 도보순례 당시 인터뷰에서 거론한 손석희 사장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어 선생님은 물론, 여러 신부·수녀 등 천주교 관계자, 공지영 작가, 고된 길을 함께한 수많은 시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씨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책을 통해 진솔하게 털어놨다.
이렇듯 내 새끼 승현이는 쉬지 않고 많은 천사님들을 내게 보내주었다. 지금은 별이 되었지만 나에게,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펼쳐지는 모든 일들은 하나같이 승현이의 선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인연> 75쪽.달리 생각하면 그분들은 하지 않아도 될 고생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새끼를 살리지 못한 엄청난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죗값을 받아도 백 번, 천 번 받아 마땅하지만 함께하신 분들은 입장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 <인연> 225쪽."오늘, 천사가 준 옥수수를 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