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비 국왕 동상성난 군중에 의해 부서져 지금은 다리 부분만 남아있다.
정효정
팔레비왕조 붕괴 후 호메이니가 이란 재건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는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이슬람 임시정부를 선포했다. 혁명에 성공한 사람들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이란 친구들은 혁명 이후의 삶에 대해 간단하게 이렇게 설명했다.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 읽어 봤어? 그건 소설이 아냐. 실제로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이야."소설 <동물농장>은 동물들이 '평등한 동물사회'를 꿈꾸며 혁명을 일으켰지만, 돼지 나폴레옹의 독재로 혁명 이전보다 더 심각한 공포사회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호메이니 집권 후 여성의 히잡 착용이 법으로 정해지고, 춤과 음악, 술이 사라졌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율법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정부에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수많은 예술가와 지식인이 다른 나라로 망명했다. 부패한 왕조를 무너트렸지만 사람들이 원하던 세상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은 지금의 이란을 <동물농장>의 현실판이라고 했던 것이다.
세상의 '마르잔'들이 돌아가길 꿈꾸며...혁명 후 이란의 현실은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에 잘 나타나있다. 마이클 잭슨과 아바를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이란 소녀 마르잔. 그러나 이슬람 혁명 후 강압적으로 히잡을 써야하는 사회가 온다. 결국 마르잔은 오스트리아로 떠났지만, 정체성의 혼란과 향수병으로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동안 이란은 더욱 엄격한 통제사회가 되었다. 이혼과 자살 시도 등을 겪으며 이란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마르잔은 다시 프랑스로 떠난다.
마르잔이 떠날 때, 그녀의 부모와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에 넌 영원히 떠나는 거야. 넌 자유로운 여자다. 오늘날의 이란은 너를 위한 곳이 아니야. 난 네가 여기 다시 오는 것을 금한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저자인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 이야기다. 이 영화는 이란정부로부터 '혁명 전통에 대한 비사실적 묘사"라는 이유로 상영반대를 받았으나 2007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이슬람 혁명이후 세계 곳곳에 '마르잔'들이 생겨났다. 호주에서 만난 이란 친구는 이란을 너무나 그리워했다. 이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호주에서는 전공과 상관없는 청소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재능은 피지도 못하고 사라지고 있었지만,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죽어도 돌아가지 않겠노라고.
여행을 하며 마주한 이란은 아름다운 나라였다. 테헤란 거리는 복잡하고 매연이 심했지만, 거리 곳곳에는 페르시아 후예들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집집마다 깔린 카펫의 무늬에도, 아파트 벽에 그린 벽화에도, 하다못해 상점에 진열해둔 상품들에도 범상치 않은 그들의 미의식이 빛났다. 친구가 이란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언젠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마르잔'들이 그들의 아름다운 나라에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