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에서 민변,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국정원 국민해킹사찰에 대응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국민고발장 제출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우성
'셀프조사'로 해킹 의혹을 무마하려는 국가정보원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이 움직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41개 단체가 모인 '국정원 국민해킹사찰대응 시민사회단체'와 시민 2748명(아래 국민고발단)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국정원 해킹의혹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국정원은 비밀정보기관이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데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국민을 감시했다는 것이 최근 의혹의 핵심"이라며 "이것을 수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해킹의혹은 7월 초 이탈리아의 웹·모바일 감시용 스파이웨어 솔루션 개발업체인 '해킹 팀'(Hacking Team) 내부 자료가 대량 유출되면서 불거졌다. 국정원은 프로그램 구입 자체는 인정했지만, 대북공작용이었을 뿐 국내에서 사용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해킹업무를 담당한 임아무개 과장이 결백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자체 조사 결과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셀프조사, 셀프해명'으론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국민고발단은 결국 검찰이 나서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들은 고발장 제출 전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원세훈·남재준·이병기 세 전직 국정원장과 이병호 국정원장, 해킹에 쓰인 RCS(Remote Control System·원격제어시스템) 구매와 운용을 담당한 실무자와 프로그램 구매 중개를 한 나나테크 관계 등 피고발인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진상규명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 고발인으로 참여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송주명 상임의장은 "정부와 여당은 이 사건을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뭉개고 넘어가려 하지만 너무나 강력한 의혹이 남아 있다"며 "한 점도 남김없이 반드시 해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