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아래에서 자라는 원추리꽃
강미애
올봄에 해마다 감나무 밑에서 무수히 자라는 원추리를 시골집 비밀의 정원 여기저기에 옮겨다가 심었다. 파란 잎사귀 사이로 자라는 주황색 꽃이 소박하고 예쁘다. 이른봄에 연한 순은 나물로 먹는다고 하지만, 나는 그다지 맛을 못 느낀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어김없이 이맘때면 찾아와 살며시 꽃을 피워내는 야생화의 모습을 보노라니 인간은 한없이 보잘것없다는 것을 느낀다. 미물의 꽃들도 사람에게 색감과 향기로 다가오는데, 유독 인간들만이 못된 짓을 일삼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시골에 와서 자연의 정서와 농촌의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며, 간간이 농촌을 소재로 글을 쓴다. 그 속엔 내 삶과 사랑하는 농촌 정서가 배어있다. 나는 생명의 먹거리를 창조하기 위해 흙을만지며 허리숙여 일하는 농부들을 존경한다. 반면에 자기자신의 수행은 게을리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인간은 경멸한다.